MBC 탄압 간부·스폰서 검사…방문진 이사 면면 논란
5개 언론사 공동기획
13년 전 피디수첩 탄압 공신부터
소수자 차별·극우 편향 인사 일색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지난 31일 취임식 뒤 6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등 보수 성향 단체에 몸담고 있거나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문화방송 탄압에 가담했던 간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검사 시절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거나 온·오프라인에서 “좌빨”(좌익 빨갱이), “적화통일” 등을 언급하며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낸 인사도 포함됐다. 현 이사진 임기가 만료되는 이달 12일 뒤부터는 방문진이 사실상 여권 추천 몫 이사들인 이들로만 구성될 공산이 크다.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사장 추천권과 해임권을 갖는다.
“언론노조는 킬링필드 크메르루주…생존 투쟁”
1일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문화방송 출신인 윤길용 방문진 이사는 2011년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시사교양국장을 맡아, ‘4대강 수심 6m의 비밀’, ‘공정사회와 낙하산’ 등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온 ‘피디수첩’에서 최승호 피디 등 6명을 타 부서로 전출시켰다.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피디수첩을 고사시키려는 인사”라며 반발했다. 이후에도 윤 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조찬기도회 무릎 기도 논란 취재에 제작 중단 지시를 내리는 등 제작 개입 논란을 불렀다.
같은 시기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장에 임명된 이우용 이사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였던 방송인 김미화씨 교체를 주도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는 뉴스브리핑을 맡던 김종배 평론가가 퇴출당했고, 주요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던 배우 김여진씨도 출연이 무산됐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는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졌다. 2011년 6월 문화방송 피디협회는 이우용 이사와 윤길용 이사를 제명했다. 협회는 당시 성명에서 “이우용 본부장이 살생부 놀이를 즐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윤 이사는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등 단체에 몸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생긴 보수 단체로 국민의힘과 긴밀하게 협업하며 세미나, 토론회 등 활동을 해왔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에 패널로 참석한 윤 이사는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은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주에 가깝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며 “이것은 생존 투쟁”이라고 말했다.
‘룸살롱 접대’ 주장에 임무영 “다 거짓말”
임무영 방문진 이사는 일명 ‘부산 스폰서 사건’에 등장한다. 2010년 피디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 등을 잇달아 보도하자, 이듬해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가 자신이 20년간 검사들에게 성 접대를 해 온 사실을 폭로했다. 이 내용은 정씨와 기자들이 함께 쓴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2011)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그 가운데 2003년 대검찰청 사무 감사를 받은 부산지검이 룸살롱 접대 자리를 마련했고, 이 현장에 당시 부산지검 검사였던 임 이사도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씨는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며 술자리에서 있었던 추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책에는 1·2차 회식 장소의 상호와 주문한 음식 종류, 참석한 검사들의 이름과 기수 등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임 이사는 책 내용이 “다 거짓말”이라며 “그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른다. 그 사람이 나를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었다”라고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밝혔다.
또한 임 이사는 통화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씨는 당시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던 A검사가 알던 사람이다. 정씨와 술자리를 했다면 A검사가 반드시 껴야 하는데, 저는 부산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A검사와 술자리를 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제가 정씨를 만나는 일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의 반론에 정씨는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당시 부산지검 검사가 60-70명이었는데 제가 50명 정도는 다 알았다. 임무영은 여러 차례 접대했다”고 말했다.
‘이진숙 누님’부터 ‘장애인 혐오’ 발언까지
임 이사가 검사 복을 벗은 뒤 보여준 편향된 정치관과 각종 혐오 발언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 이사는 2020년 1월18일 광화문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단상에 올라 “제가 정년이 남아 있음에도 검찰에서 퇴직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적화 통일이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라며 “사회 전 분야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적화통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당시 (사회가) 굉장히 친좌파적으로 치우쳐 있었다”고 답했다.
약 2주 전인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는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라고 썼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를 언급하며 장애인을 비하한 것이다. 이에 대한 해명 요청에 임 이사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구를 가장해서 기어 다니며 동냥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한 글이다. 전혀 장애인 차별 표현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페이스북에서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기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대접을 받아 낮은 자존감을 충족시키려 든다”(7월8일), “조선인은 성향상 포퓰리즘에 약하고, 좌파적 감성주의에 영합한다”(7월6일) 등의 글을 썼다. ‘한국인 멸시’ 발언이 아니냐는 공동취재팀 질의에 임 이사는 “아니다. 정상적인 지성이 있고, 교양을 가진 한국인이 아니라 후진적인 사람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임 이사는 최근 이진숙 위원장이 윤 대통령 지명을 받은 뒤에는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옹호 의견을 개진하며 “정상적인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는 건 무식한 좌빨의 종특”(7월17일),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7월4일) 등의 글을 썼다. 채해병 사망 및 수사외압 사건에 관해서는 “박정훈(수사단장)이 한 짓은 직권남용”(5월8일)이라고 주장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채상병 특검보다 심하다”(5월2일)라고 적었다.
‘김건희 아부’ 칼럼에 ‘이력서 오기’도
이력을 잘못 쓴 인물도 있었다. 공동취재팀은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국민의견수렴용 지원서’에 ‘시청자위원’ 경력 기간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주요 경력란에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SBS), 와이티엔(YTN), 교육방송(EBS) 모두 시청자위원으로 재직('2005~현재') 중인 것처럼 썼으나 확인 결과, 교육방송 시청자위원만 현직이고, 나머지 4개 방송사에서는 지원서 작성 시점(7월3일) 기준 임기가 끝난 상태였다. 김 이사는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이력서 오기’ 사실을 인정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15일 해당 지원서를 누리집에 공개하면서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임명이 취소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이사 자격은 물론 이력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방통위 공모 과정에서 기본적인 이력 사항이 확인되지 않은 것은 부실 검증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사 이력 검토 절차에 관한 질의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김동률 교수는 지난해 2월 서울신문 기고 칼럼에서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그녀에게 항간의 논란을 빌미로 관저에서 조신하게 칩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행여 지나치지 않을까”라고 썼다. 2022년 4월에는 역시 같은 칼럼에서 “관변 언론은 이제 민영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케이비에스1, 이비에스 정도만 공영 언론으로 존재해도 한국인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라며 ‘공영방송 민영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박상희(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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