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내 실손보험은 몇 세대일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8. 1. 19: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0대 부부 재무설계 3편
시대마다 다른 실손보험
늦게 가입할 수록 저렴하지만
그만큼 혜택도 줄었어
실손 가입 시기 알아두면 좋아
보다 효과적인 보험 설계 가능해

나는 언제 실손보험에 가입했을까. 몰랐다면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입 시기에 따라 실손보험의 혜택에 차이가 있어서다. 다른 보험과 보장이 겹친다면 해당 보험을 조정해 보험료를 줄이고, 부족하다 느껴지면 보험을 늘려 보완할 수도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실손보험의 역사'를 다뤄봤다.

실손보험은 언제 가입했냐에 따라 혜택 범위가 달라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쌍둥이를 낳아 기르는 부부는 육아의 어떤 부분을 힘들어할까.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쌍둥이를 기르는 1275명 중 26.0%가 '경제적 비용 부담'을 꼽았다. 그 뒤는 '육체적 피로(23.0%)' '정신적 스트레스(17.0%)' 등이 이었다. 분윳값부터 학원비까지 거의 모든 지출이 2배로 늘어나는 데다, 동시에 2명의 자녀를 돌봐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박한규(가명·44)씨와 양은하(가명·43)씨 부부도 슬하에 쌍둥이(11)가 있다. 3년 전,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동시에 입학하면서 부부의 지출도 크게 늘어났다. 두 아이 모두에게 새 옷을 사주고 다니는 학원 수도 똑같이 늘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의 가계부는 매월 적자가 났다. 부부는 고민 끝에 오랫동안 모았던 금(5000만원 상당)을 처분해 목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원금을 불리지 못하고 야금야금 모두 까먹을 것만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부부는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까지의 상담 결과는 이렇다.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총 710만원이다. 남편이 370만원, 아내가 34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612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0만원, 금융성 상품 70만원 등 752만원이다. 월 42만원씩 적자가 났다.

부부가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는 부부의 노후 준비, 쌍둥이를 위한 교육비 마련 등 2가지다. 이를 위해 적자를 메우고 목돈을 마련하기 위한 '지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1차 상담에서 107만원을 줄였고, 42만원 적자를 65만원 흑자로 돌리는 데까진 성공했다. 65만원으로도 재무 솔루션을 짤 수 있지만, 좀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아직 뺄 곳이 많았다.

먼저 월 83만원씩 빠져나가는 보험료를 살펴봤다. 부부의 실손보험을 자세히 살펴보니, 둘 다 2009년쯤에 가입했다. 보험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쯤에서 잠깐 '실손보험의 역사'를 잠깐 공부해 보자. 언제 가입했냐에 따라 실손보험 혜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한 상품이다. 이때는 표준약관이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보험회사별로 약관이 달랐다.

1세대 실손보험은 지금은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도 보장해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세대 실손보험은 가격이 비싼 대신 혜택이 많다. 입원 치료비를 자기부담금 없이 100% 보장받을 수 있다. 비급여(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피보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인 도수치료·주사료 등 가격이 부담되는 치료도 연간 금액 한도나 횟수 제한 없이 보상해준다. 입원 시 발생하는 한방 치료와 상해로 인한 치과 치료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가입한 2009년 10월~2017년 3월은 '2대 실손보험' 기간이다. 이때부터 모든 보험회사가 동일한 표준약관을 적용했다. 가격이 내려간 대신, 혜택은 1세대 때보다 축소됐다. 입원치료비 일부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고, 비급여는 보상해주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한방·치과 치료도 국민건강보험상 급여에 해당하는 경우만 보상해준다.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2021년 6월에 나온 상품을 말한다. 이때부터는 과잉 진료가 우려되는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했다. 그래서 별도의 특약을 가입하면 비급여 항목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4세대는 2021년 7월 이후의 실손보험이다. 보험료가 저렴해진 대신, 비급여 항목 자기부담금이 높아지고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의 보장이 제한됐다.

설명이 좀 길었는데, 어쨌든 중요한 건 하나다. 자신이 몇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했는지 잘 살펴보고, 가입한 다른 보험들과 비교하면서 구멍은 없는지, 과잉 항목은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박씨 부부는 실손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각종 상해보험과 10년 갱신의 암보험, 그리고 갱신형 특약으로 구성된 보험을 정리했다. 해지한 보험들의 빈자리를 2세대 실손보험이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부부의 보험료는 총 83만원에서 50만원으로 33만원 줄었다.

자녀 학원비(98만원)에도 손을 댔다. 이제 11살밖에 되지 않는 쌍둥이의 학원비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건 과해 보인다. 학원비는 한번 책정하면 줄이기가 쉽지 않다. 행여 자녀의 성적이 뒤처질까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과감히 줄이고, 나중에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런 필자의 조언에 따라 부부는 자녀 학원비를 98만원에서 68만원으로 30만원 줄였다.

비정기지출도 조정했다. 휴가비를 200만원(이하 1년 기준)에서 150만원으로, 의류비·미용비를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였다. 그로 인해 총 지출은 월평균 70만원에서 58만원으로 12만원 절감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지출 줄이기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보험료 33만원(83만→50만원), 자녀 학원비 30만원(98만→68만원), 비정기지출 12만원(월평균 70만→58만원) 등 75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부가 운용 가능한 여유자금은 65만원에서 14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제 부부는 재무 목표만 잘 대비하면 된다. 부부는 넉넉한 크기의 자가 아파트(시세 4억1000만원)를 보유하고 있어 더 큰 집으로 이사하려는 욕심은 없다. 따라서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에만 신경쓰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 부부가 모아둔 금 5000만원을 어디에 활용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필자의 숙제다. 남편의 투자 수익이 마이너스라 주식은 불안하고, 그렇다고 부동산을 하기엔 종잣돈이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지막 4편에서 자세히 얘기해 보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