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의 ‘친윤 정점식’ 유임 권고, 당무개입 아닌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친윤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조언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개인적인 ‘계파 포용’ 의견이었다고 하지만, 정 비서실장의 정치적 위치를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 뜻을 전한 당무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 의장 거취를 놓고 친한·친윤계가 힘겨루기를 하는 중에 ‘윤심’ 논란을 보태며 갈등만 키운 꼴이다. 총선 민심과 여당 전당대회 당심이 요구한 것은 변화였다. ‘용산 출장소’ 소리가 나오는 당정관계 쇄신을 대통령실이 또다시 외면한 것이어서 개탄스럽다.
정 비서실장은 지난달 30일 저녁 홍철호 정무수석과 함께 한 대표를 만나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유임’ 의견을 건넸다고 한다. 한 대표가 앞서 윤 대통령과의 1시간30분 회동에서 “대표 뜻대로 (인선)하라”는 뜻을 듣고 당에 돌아와 정 정책위의장 교체를 공식화한 직후다. 그러다 보니 여당은 ‘윤심’을 놓고 다시 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정 실장도 배석한 회동에서 “대표가 당을 잘 아우르고 포용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다. 인사 뒤집기를 의도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이 여당을 여전히 쥐고 흔들려 하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정 비서실장 등의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인사 지침’을 내린 여당 대표에게 정반대의 인사를 조언하는 것이 당무개입이 아니면 무엇을 당무개입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정 정책위의장 거취는 한동훈호 여당에 매우 민감한 문제였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친한계로 바꿔야 지도부(9명) 중 과반(5명)의 우호 세력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민심·당심에 약속한 당정관계 변화도 이뤄갈 수 있다.
정 정책위의장은 거취 논란이 커지자 1일 뒤늦게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당정관계의 쇄신을 요구한 민심과 당심에 대통령실이 엇가려 한 불씨는 또다시 목도하게 됐다. 정 비서실장은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함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혹여라도 ‘친윤 정책위의장 유임’이 윤 대통령 속뜻이었다면, 대통령실은 즉각 당무개입 의사를 접고 자숙해야 한다. 당심도 민심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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