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내신 이유로 너도나도 검정고시… 공교육 위상 '흔들'

김민 기자 2024. 8. 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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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전지역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지원자가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내신 관리가 저조한 학생들이 대학입시 전략의 수단으로 검정고시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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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전지역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 5년 새 최고치 2047명
입시업계 "고교 중퇴 후 검정고시 통한 대학입시 전략" 분석
사회성 함양 등 교육 목적 배제 우려… 입시 경쟁 완화 숙제
대전일보DB.

올 대전지역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지원자가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내신 관리가 저조한 학생들이 대학입시 전략의 수단으로 검정고시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공교육 위상의 추락을 우려하는 한편 특단의 해결 방안 마련은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학년도 고졸 검정고시 지원자 수는 2047명으로, 코로나19 변수가 작용했던 2020년을 포함하더라도 최근 5년간 가장 많다. 지난해 1919명과 견줘 6.6%, 2022년 1632명과 비교해 25.4% 늘었다.

검정고시는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관둔 사람을 위해 실시하는 국가시험이다. 특정한 학력이나 성별, 나이 등 자격 요건이 없다.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과 똑같은 학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공교육에 편입되지 못한 국민들에게 학력 취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와 달리 대입 전략에 따른 공교육 우회 방안으로 악용되는 양상을 보인다.

현행 대입 수시 전형은 고교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5개 학기의 내신을 반영하는데, 내신 등급이 산출되는 과목이 1학년 46%, 2학년 40%, 3학년 14% 수준으로 사실상 고1 비중이 가장 크다.

이에 고교 내신 관리가 미흡한 저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검정고시를 통한 대입 수시 전형을 도전하는 분위기가 짙어진다는 분석이다.

퇴학일로부터 6개월만 지나면 검정고시에 응할 수 있어 고교 1학년 2학기에 자퇴한다면 이듬해 4월 곧바로 시험에 응할 수 있다. 이 경우 또래 학생보다 한 해 빠르게 수능을 치르게 돼 분명한 이점을 갖는다.

지역 입시 전문가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자연히 줄어들어야 하는 검정고시 지원자가 되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공교육 입장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고등학교 저학년과 성적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학업 중단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의 요인이 더해지며 검정고시를 통로로 대입 전략을 수정하는 기조가 선명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도 검정고시가 대입 활용 수단으로 변질되는 데는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 서열화 등 입시제도 전반을 손봐야 하는 만큼 당장 확실한 개선안을 내놓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일찍이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고령자 등은 다양한 사회적 요인 때문에 검정고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학령기를 지난 사람들은 대체로 소외계층인데 이들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방안으로 내신 회피 목적을 가진 사람을 추려내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고 제언했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학교라는 공간이 입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친구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배우는 등 다양한 교육적 기능이 있다"며 "과열된 입시 경쟁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정 대학의 합·불에 따라 평생의 기대소득이 갈리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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