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국 첫 메달' 걸고 온 사격 금지현 "딸 위한 선물"

▲ 사격 은메달리스트 금지현 귀국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먼저 메달을 목에 건 사격 은메달리스트 금지현이 딸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메달을 선물했습니다.

금지현 등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한 사격 국가대표 선수단 일부가 오늘(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목에 걸린 은메달을 직접 손으로 들어 보인 금지현이 등장하자 입국장에 있던 사람들의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다 외할머니 품에서 잠시 잠이 들었던 13개월짜리 금지현의 딸 정서아 양은 졸린 눈을 비비며 엄마 품에 안겼고, 남편 정지수 씨는 고생한 아내를 꼭 안아주며 꽃다발을 전해줬습니다.

한 달 넘게 떨어져 있었던 엄마에게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 서아 양을 안은 채 취재진과 만난 금지현은 "한국 첫 번째 메달을 따고 첫 번째로 귀국했다. 아이한테 전할 선물을 하나라도 가져와서 뜻깊다"고 귀국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서아 양은 자신을 위한 엄마의 선물이라는 걸 아는 듯,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집어 든 은메달에 뽀뽀했습니다.

박하준과 짝을 이룬 금지현은 지난달 27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공기소총 10ｍ 혼성 경기 금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성리하오-황위팅에 세트 점수 12-16으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경기 막판 중국을 맹추격했지만, 13라운드에서 상대 조가 거의 만점에 가까운 사격을 하는 바람에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금지현은 "이번에 금메달을 땄다면 아마 사격 선수로서 더 이상 목표가 없어졌을 것 같다"며 이번 대회 은메달의 아쉬움을 동력 삼아 다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꼭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생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금지현은 "아이가 물놀이를 좋아해서 가족 여행으로 풀빌라에 가고 싶긴 한데, 또 대회가 있어서 언제 놀러 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금지현이 올림픽 메달 공약으로 '둘째 낳기'를 선언한 데 대해 남편 정 씨는 민망한 웃음으로 대답을 갈음했습니다.

남편과 포옹하는 사격 은메달리스트 금지현

아내를 위한 깜짝 편지를 써놓고 왔다는 정 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계속 대회를 나가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출산 3개월 만에 다시 총을 잡아 걱정이 됐지만, 본인이 하겠다는 걸 말릴 수는 없었다"며 "정말 대견하고 대단한 아내"라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이어 "아내가 서아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었다. 사진과 영상 통화로 엄마에 대해 주입식 교육을 하는데, 중계방송에 아내가 잡힐 때마다 곧잘 알아보고는 화면 속 엄마를 계속 손으로 만지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울산에서 꼬박 6시간을 달려 딸을 마중 나온 금지현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혼자 힘들었을 텐데 잘해줘서 고맙다"며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정반석 기자 jbs@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