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거야’에 기름 부었다…尹은 왜 ‘우클릭 인사’를 단행했을까

박성의 기자 2024. 8.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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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폄훼 논란’ 이진숙, ‘막말 논란’ 김문수 연이어 지명
총선 후 ‘협치‧탕평 인사’ 전망 무색…與일각서도 ‘갸우뚱’
인사 배경에 ①보수 결집 ②인재난 ③尹의 진심 등 거론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5‧18, 위안부 폄훼 논란' 등에 휩싸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한 데 이어,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야권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여권 내에서도 '우클릭 인사'를 둘러싼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 위원장과 대화하며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레임덕' 위기 속 강경 보수 결집 노렸나

지난 총선이 거야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정치 방향타'가 수정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렸다. 남은 임기 동안 주요 정책을 추진하려면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피해보였다. 일각에선 차기 총리를 비롯한 주요 임명직에 야권 인사가 등용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구체적인 하마평도 확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전망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두 인사 모두 보수 진영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 즉 '극우'에 가까운 이들로, 특히 야당과는 '악연'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5‧18 폄훼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불렀고,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논쟁적 사안이기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총살감"이라고 발언하고, 민주당을 향해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 김일성주의자"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에서 야당은 "이 위원장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과 자질에 큰 문제가 드러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랑곳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며 "공영방송 장악을 멈출 생각이 없는 윤석열 정권에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탄핵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과거 전력으로 '색안경'을 껴선 안된다"면서도 "모두 '오래된 이름들'이란 점이 아쉽다. 조금 더 새로운 인물, 참신한 후보를 등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는 윤 대통령이 이 같은 우려, 야권의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그 중 하나의 가설은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위기에 몰리자 최소한의 마지노선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중도층을 포섭해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아래, 대선 후 이탈한 '집토끼 당심'을 찾아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선결 과제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월 총선 이후 점진적 상승세를 그리고 있지만,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 답변이 TK에서 전주 대비 9%포인트 하락한 38%을 기록했다. 친윤 지지세가 강한 70대 이상 지지율도 전주 대비 6%포인트 내린 58%로 나타났다.

2019년 9월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삭발식에 동참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불가피한 인재난 혹은 尹의 '진심'

일각에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윤 대통령이 '탕평 인사'에 나서고 싶어도 마땅한 후보군이 없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세가 차게 식은 가운데, 입각이 큰 '정치적 메리트'가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김문수 지명자에게는 죄송하지만, 흘러간 분들을 쓰기 시작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도 권익위원장 하시다가 급하게 투입됐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인재풀을 좁게 쓰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제안을 여기저기 하셨을 건데, 거절을 많이 당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까탈스러운 거 세상이 다 알고 장관 해서 맨날 흘러나오는 얘기는 누구 윽박질렀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장관이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닌 것 같고"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건 사후적일 수 있겠지만 지금 정부 상황으로 봤을 때는 커리어에 도움 될 것 같지도 않고 거기다 인사청문회도 야당이 저렇게 초강세인 상황 속에 (제안)받는 것도 부담스럽고. 이건 제가 봤을 때는 굳이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을 어떤 사람이라도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정가 한편에선 윤 대통령이 실제 최근 인사들을 '고평가'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진숙‧김문수 카드'는 '플랜B'가 아닌 처음부터 '플랜A'로, 윤 대통령이 이들 인사들의 과거 행적과 언행을 모두 평가한 뒤 방통위원장‧고용노동부 장관 적임자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가 대통령실에서 이미 다각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측에 동의하는 여야 인사가 적지 않다.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민주당의 한 인사는 "장관급 인사의 경우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이진숙‧김문수를 선택한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 눈에는 이들이 애국자고 적임자인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총리 및 신설될 정무장관 후보군에도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우클릭 인사'가 정국을 더 냉각시킬 것이란 우려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 정국이 계속되면 국정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여당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총 통화 8356명 중 1001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12.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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