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문산수억고, ‘환경사랑’ 씨앗 뿌려… 기후 위기 해결사 키운다 [꿈꾸는 경기교육]
지구 온난화 직면한 세대에 문제 인식 공유하고
해결 위한 다양한 교과별 환경 교육 과정 운영
학교·학부모·지역사회 연대… 융합적 인재 육성
2024 학교 현장을 가다 파주 문산수억고등학교
‘덕(德) 있는 인재를 기르는 학교’를 건학 이념으로 1968년 개교, 올해로 57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파주 문산수억고등학교는 올해 ‘2024 경기 탄소중립 생태환경 모델학교’에 선정돼 다양한 교과 연계 수업과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생태 공존으로, 평화롭게’를 주제로 탄소중립 생태환경 모델학교 과정을 운영 중인 문산수억고는 지난해 ‘탄소 중립 시범학교’ 운영은 물론이고 그보다 앞선 2021년부터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시대적 변화, 기후 위기에 따른 생태계 변화 및 그에 따른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할 역량을 가진 미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문산수억고는 능동적인 학습 주체, 행동하는 창의 인재, 공감하는 열린 인재 양성에 나설 방침이다.
■ 더 늦기 전에… 군·민·관·학이 함께하는 생태 공존 교육
문산수억고의 경기 탄소 중립 생태 환경 모델학교 과정은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할 세대에게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포스트 코로나로 더 급격하게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자 도입됐다.
이에 문산수억고는 기후 위기 대응 및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생태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 이를 위해 교과 간 협업을 통해 개방적이면서도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문산수억고는 접경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위치적 특성을 반영, ‘평화’의 가치도 학생들에게 함께 가르치고자 한다. 이에 문산수억고는 다양한 주체가 ‘더 늦기 전에, 생태 공존으로, 평화롭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군’(민통선·DMZ), ‘민’(시민단체), ‘관’(파주시), ‘학’(문산수억고) 등 네 주체가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의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로 이어지는 임계점)를 넘기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하며 △생태 공존을 추구하고 △전 지구의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일념으로 △환경 보호-사회 책임-학교 운영 구조를 통합 추진해야 한다는 학생 중심 실천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주제 의식을 토대로 문산수억고는 교과 수업과 융합한 생태 공존 교육,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나 플라스틱 재활용과 같은 학교에서 실천 가능한 과제 수행,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량을 함양하는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 다양한 교과목과 활동, 진로와 융합하는 탄소 중립 교육
문산수억고는 지난해 환경 주제 융합 교육과정 경험을 토대로 올해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학년별 교과수업에 환경 교육을 접목,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의 경우 과학 시간에 기후 변화 지구 미래 시나리오를 작성하거나 친환경 에너지 도시 설계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통합 사회 시간에는 우리 사회 속 여러 환경 관련 이슈를 탐색한다. 또 한국사 수업 때는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 기후 위기 대응 방법을 토론하고 음악 시간에는 환경 관련 주제의 노래를 배우기도 한다.
탐구 과목을 배우는 2학년으로 들어서면 △환경과 경제(경제) △환경 관련 국제 협약 탐구(정치와 법) △친환경 주택 모델 탐구(물리) △기후 변화 요인과 환경 문제 분석(지구과학) 등 기후 위기 및 탄소 중립 교육과 교과목이 더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3학년 과정에서도 환경 윤리, 미적분을 이용한 환경 오염 추적, 친환경 패시브 주택 연구 등 다양한 연계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과목 외에도 환경을 주제로 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내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으로 진행하는 업사이클 활동,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여러 동아리 및 프로젝트를 통한 연구와 캠페인 활동이 그것이다.
플라스틱 업사이클 활동의 경우 지역 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와 문산수억고가 함께하고, 이 효과를 학생과 지역사회가 함께 거두고 있다. 문산수억고가 교내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분류, 지역 업체가 지원한 설비로 분쇄하면 해당 업체가 이를 원료로 활용해 물병이나 옷걸이, 화분으로 제작한다.
문산수억고는 화분을 학생 교육 용도로 활용하거나 지역 곳곳에 전달하며, 학생들에게 탄소 중립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문산수억고는 지난해 파주시가 친환경 현수막 관련 조례를 제정하자 지자체와 연계하는 친환경 현수막 확산 간담회, 폐현수막 패션쇼 등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패션에 이어 음악도 기후 위기, 탄소 중립 교육에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문산수억고는 교사와 학생이 환경과 관련된 음악을 함께 만들고 교내 오케스트라 연주, 뮤직비디오 제작을 연계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산수억고는 △기후 위기 주제 토론회 △생태교란종 제거를 위한 ‘돼지풀로깅’ 활동 △환경동아리의 개구리 사다리 놓기 등 생태 공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문산수억고의 노력은 환경, 과학,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자신의 진로를 연계해 고민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문산수억고는 앞으로도 다양한 생태 환경, 탄소 중립 교육을 통해 학교와 학부모, 지역 사회가 연대하는 생태 환경 교육 문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학생들이 융합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인터뷰 줌-in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생태 교육 기회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그에 따른 비대면 강의 활성화를 계기로 공교육이 처한 위기 의식, 기후 위기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파주 문산수억고등학교에서 ‘경기 탄소 중립 생태환경 모델 학교’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김나연 교사와 서현선 교사가 밝힌 수억고의 교육 도입 계기다.
문산수억고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청 ‘탄소 중립 시범학교’ 선정 및 운영 이후 올해까지 두 번 연속 탄소 중립, 생태 환경 교육을 진행하게 됐다.
특히 문산수억고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다른 학교보다 좀 더 빠르게,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관련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과 등교 중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초유의 사태를 직면하고, 또 정착하면서 ‘이러다간 공교육, 즉 학교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위기감이 시작이었다.
김 교사는 “기후 위기는 또다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불러 올 수 있고, 비대면 교육 활성화는 많은 변화를 부르고 있지만 교육은 급변하는 시대를 오롯이 반영하기까지 시간 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전에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로 결심하고 여러 선생님과 협업,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학년도부터 탄소 중립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고 돌이켰다.
현재 문산수억고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활동을 통한 환경 주간 전시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공학 융합 프로그램 △음악, 패션과 연계한 융합 예술 프로그램 △과목별 주제 융합 수업 △환경 관련 토론회 등을 교육 과정으로 채택, 진행하고 있다.
김 교사는 “우리 학교는 2021년부터 교내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재질별로 씻어 배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분류된 플라스틱을 본교에서 직접 분쇄해 플레이크(가공 섬유의 일종)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플레이크는 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은 지역 플라스틱 제조 업체에 보내 화분, 컵 등 학교가 의뢰한 물품으로 만들어 재구매해 활용하거나,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시가 폐현수막 활용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한 이후에는 학생들과 폐현수막 활용 방안을 두고 시 공무원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고, 미술 선생님과 함께 폐현수막을 활용한 패션쇼 활동도 실시했다”며 “탄소 중립,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업사이클링’도 구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문산수억고는 음악과 탄소 중립 교육을 아우른 활동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음악 과목을 맡고 있는 서현선 교사가 기후 위기 대응의 중요성이 담긴 곡을 작곡하면 △문예창작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작사를 △신문방송학과 지망 학생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연극영화과 지망 학생이 출연을 진행해 곡과 뮤비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년 해외 여러 국가 학교와 비대면으로 ‘온라인 세계 청소년 콘서트’를 개최, 작품을 공유함과 동시에 그들과의 영어 소통으로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 있다.
서 교사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콘셉트로 1700년대 바흐의 곡, 최근 팝스타의 곡 등을 적절하게 반영해 환경을 주제로 작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한 발자국씩 더 노력하자는 가사를 넣어 환경 보호를 조금 더 의미 있고 즐겁게 하자는 취지다. 학교 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과 융합한 탄소 중립·기후 위기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교사는 경기 탄소 중립 생태환경 모델 학교를 운영하면서 환경 관련 진로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경공학 전공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학년별로 생겨나고 있고, 진로를 생각할 때에도 기후 위기와 연관지어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문산수억고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기대가 큰 환경을 갖춘 만큼, 이를 적기에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문산수억고는 인구 밀집 지역 학교가 아니기에 사교육의 바람이 다른 대도시보다 거세지 않고 공교육 역할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와 지지가 높다는 특성이 있다”며 “그렇기에 많은 활동을 사명감을 갖고 보람있게, 헌신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기후 위기,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깨닫고 많은 활동과 수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연관해 고민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며 “이들이 앞으로 자라나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때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교육과정이 씨앗이 돼 개화하리라 믿으며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사회·소수자 아우르는 인재 되고파”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탄소 중립 생태환경 수업과 활동 경험을 토대로 환경과 사회, 그리고 소수자들을 아우르는 인재가 되려 합니다.”
경영학과를 지망하고 있는 3학년 이가은 학생은 ‘2024 경기 탄소 중립 생태환경 모델 학교’과정과 자신의 진로를 이같이 접목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학교에서 ‘지속가능 발전소’ 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파주시 공무원들과 자원 재활용을 통한 탄소 중립 실현에 대해 간담회를 진행하며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양은 “학생과 어른 사이의 입장 차가 클까 걱정했지만 시 공무원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우리의 생각이 기발하다고 칭찬해 줘 뿌듯하기도 했다”며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되고 있는데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진학해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다. 그 과정에서 사회 소수자들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억고 오케스트라 ‘레전드’에서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2학년생 최재혁군은 외환 딜러가 꿈이다. 최군은 음악과 탄소 중립을 아우른 활동을 해외 학생들과 병행하는 과정이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군은 “여러 나라 학생들과 온라인을 통해 음악으로, 언어로 소통하며 관계를 쌓고 각 나라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며 “외환 딜러라는 직업이 다른 나라, 외국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학교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진로에 유익한 경험도 쌓고 있다”고 말했다.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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