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피벗 선언에 한시름 놨는데… 변수는 `서울집값`
부동산 시장·가계부채 '걸림돌'
인하 시기 더 늦춰질 가능성도
일본이 단기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미국이 첫 '피벗(정책 전환)'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에 한은의 10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최근 과열조짐을 보이는 서울집값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5.25~5.50%를 동결했다. 한국(3.5%)과의 금리 차이는 2%포인트(p)다. 2%p 금리 역전 폭은 1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9월 정책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반영된 시장 참가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는 FOMC가 열리기 1시간 전까지 동결 가능성을 96.9%로, 0.25%p 인하할 가능성을 3.1%로 각각 반영했다. 시장의 기대에 부합한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 0.24%, 1.58%, 2.64% 일제히 뛰고 반대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4.06%)는 0.08%p 떨어졌다.
연준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부동산 시장, 환율 등 변수들로 인해 금리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은 뉴욕사무소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며 "그가 '최근의 데이터가 미 연준에 확신을 더해줬으며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언급한 대목은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층 높여줬다. '비둘기파적'(완화적)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각국의 통화정책 운용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FOMC 회의 결과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오늘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주요국의 통화 정책도 각국의 물가·경기 상황 등에 따라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다만 불안한 부동산 시장과 환율은 여전히 금리인하의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며 금리인하 논의를 시사하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 총재뿐만 아니라 다른 금통위원들도 물가는 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 수렴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가계부채, 불안한 부동산 시장 등을 피벗의 걸림돌로 지적했다.
한 위원은 "물가 측면에서 피벗 위험은 상당 폭 낮아졌지만 주택가격 상승 폭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며 "향후 물가와 주택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며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 이후 한 두차례, 한은은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추고 해를 넘기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단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9월 첫 인하를 시작해 연내 0.25%p씩 두 번, 0.50%p 낮추고 한은은 10월 한 차례 0.25%p 내릴 것"이라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인하라기보다 높은 물가에 대응한 통화 긴축적 환경을 완화하는 목적인 만큼 두 나라에서 모두 제한적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준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기에 연준이 움직이면 한은도 따라 금리를 인하할 것 같다. 이달에 금통위 회의에선 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 같고 10월에 내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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