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 직접 타격이냐 대리 타격이냐

김광태 2024. 8.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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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휴전협상 등 영향 예상
하메네이 "징벌 자초" 복수 암시
미사일·예멘 후티 반군 활용할듯
암살된 이스마엘 하니예 하마스 정치국장의 장례식 장면. 로이터 연합뉴스

안방에서 손님이 살해당한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직접 타격하느냐 아니면 대리세력을 동원하느냐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과 관련, 이란이 보복 방법과 시기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흠집 난 중동 강국의 자존심을 고려할 때 직접 타격을 선택할 수 있으나 이란도 확전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리공격도 선택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두 방법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란의 셈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편 하니예 암살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조지워싱턴대 엘리엇스쿨(국제관계대학) 중동학연구소의 시나 아조디 방문연구원은 "이번 암살은 가자 휴전 협상을 소멸시킬 수 있다. 중재국인 이집트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휴전 의향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면서 "이란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벌어진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며 복수를 암시했다.

자국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귀빈이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당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던 이란으로서는 상응하는 수위의 복수를 통해 체면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테헤란에서 활동 중인 분석가 아미르 호세인 바지리안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복수를 예고한 이란에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첫 번째 선택지는 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미 이란은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영사관이 공격받아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이 사망하자 무장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수백기를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도 이후 이란의 핵시설이 있는 남부 이스파한에 대해 재보복을 가했다.

바지리안이 꼽은 이란의 두번째 보복 옵션은 소위 '대리 세력'(Proxies)으로서 예멘 후티 반군을 활용한 간접적 보복이다. 후티 반군은 가자전쟁 내내 이스라엘과 대치해온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홍해를 지나는 상선과 서방 군함을 공격하며 국제 해상로를 마비시키고 있다.

바지리안이 꼽은 이란의 3번째 선택지는 직·간접적 공격을 모두 동원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작전'이다. 바지리안은 "이란과 다른 저항의 축 구성원이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와 최대 항구도시 하이파 등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상징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이 국경 밖에서 이뤄진 것으로 판명되면 이란도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복할 것이며, 이스라엘의 암살이 자국 영토 내에서 실행된 것이라면 이란은 아마도 이스라엘 직접 공격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보복 옵션을 택하든 이란과 이스라엘은 모두 전면전을 피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바지리안은 "이란이 전면전 수순을 밟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이스라엘 역시 단독으로 이란과의 전면전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 모두 체스에서처럼 핵심 게임을 지배하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확전을 원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테헤란에 본부를 둔 과학조사·중동전략연구센터의 페르시아만학 담당 이사 자바드 헤이라니아는 "네타냐후는 이란을 끌어들여 전쟁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미국도 개입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억제적(deterrent)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네타냐후를 이롭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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