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익스프레스 주주·채권단 복잡해진 셈법…경영권 장악할까 (종합)

노자운 기자 2024. 8.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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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큐텐그룹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주주 및 채권단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려는 일념하에 이커머스 회사를 문어발식으로 인수해왔다. 그 과정에서 큐익스프레스의 주주 구성도 복잡해졌는데, 티메프 사태 여파로 그룹이 통째로 휘청이게 되자 구 대표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반면 지금 당장 FI 연합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대주주가 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몬·위메프 사태의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만큼, 구 대표와 큐텐이 보유한 지분의 향배를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의 일부 FI들이 전환권 행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만약 FI들이 전환권을 행사해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는 구 대표의 구상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큐익스프레스의 주주 및 채권단 구성은 상당히 복잡하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가 2019년 큐익스프레스의 한국 자회사 우선주 600억원어치를 샀으며, 2021년에는 크레센도와 캑터스PE-산은PE가 각각 500억원을 투자해 큐익스프레스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당시 큐익스프레스는 CB를 판 돈으로 코차이나로지스틱스 인수 대금을 치렀다.

2021년 코스톤아시아와 메티스톤PE도 큐텐 교환사채(EB) 500억원어치를 샀다. EB를 큐익스프레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상환 순위는 크레센도와 캑터스PE-산은PE가 보유한 CB가 가장 앞서고, 그 다음이 크레센도의 우선주이며, 코스톤아시아와 메티스톤PE가 보유하게 될 보통주가 가장 후순위다.

현재는 큐익스프레스의 최대주주가 큐텐(65.8%)과 구 대표(29.3%)다. 그러나 만약 FI들이 모두 전환권을 행사한다면, 대주주는 FI 연합으로 바뀐다.

먼저 크레센도의 경우 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꾸면 지분율이 34.2%에 육박하게 된다. 크레센도의 CB, 캑터스PE-산은PE의 CB를 전환하면 지분을 각각 7%씩 보유하게 된다.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이 보유한 큐텐 EB를 큐익스프레스 보통주로 바꾸면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지분율이 60%를 훌쩍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FI들은 큐텐과 구 대표가 보유한 지분을 끌어다 묶어서 매각할 수 있는 권리(드래그얼롱·drag-along)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권을 행사해 모두 보통주로 바꾼 뒤 구 대표를 축출하고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FI들이 지금 당장 전환권을 행사할 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안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일단 FI들은 회사를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며 “큐텐 EB를 들고 있는 FI야 큐익스프레스 보통주로 맞바꿔서 리스크로부터 빨리 벗어나야겠지만, CB나 우선주를 들고 있는 FI들은 당장 전환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가 보유한 지분이 어디로 갈 지에 따라서도 FI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물류 회사로서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를 괜찮게 평가한 전략적투자자(SI)가 구 대표의 지분을 인수하기라도 한다면 FI들 입장에선 굳이 경영권을 장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단 새 대주주와 함께 회사를 정상화한 뒤 높은 기업가치에 매각할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 내 핵심으로 불린다. 물류 보관 기반의 창고형 물류센터에서 라스트마일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란 풀필먼트 센터 등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인도하는 단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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