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장기 공백, 무너지는 필수의료, 정부는 ‘탁상 대책’ 뿐
7654명을 뽑으려 한 올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104명(1.4%)만 지원했다. 그나마 지원자 절반 가까이는 서울의 ‘빅5’ 상급종합병원에 몰려,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지원자가 ‘0명’인 지역이 수두룩했다. 전공의 장기 공백은 기정사실화됐고, 애초 정부가 의료개혁 목표로 삼은 지역 필수의료부터 먼저 무너질 판국이 됐다.
의료계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인천 지역 수련병원 11곳은 전공의 340명을 모집했지만 응모자는 2명에 그쳤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지역은 지원자가 1명씩이었고,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지원자가 없었다. 정부는 8월 중 추가모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지원할 전공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수급·수련이 늪에 빠지면서, 지역 필수의료와 중증·응급환자 진료의 정상화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29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올 2월 의·정 갈등 전까지 전국 107명이던 흉부외과 전공의 수가 12명으로 줄었고, 강원·충북·전북·제주에는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무 과부하로 인해 전문의 사직까지 잇따르면서 세종충남대병원은 8월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24시간 폐쇄하거나 부분 폐쇄하기로 했다. 천안의 순천향대병원과 단국대병원도 이미 응급실을 파행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말은 앞설 수 있지만, 전문의로 양성될 전공의 없이 어떻게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겠다는 건지 물음표가 달린다.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법제화해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정부 방침도 임상 경험이 부족한 PA 간호사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 그림대로, 상급병원을 중증환자 위주로 개편하기 위해 일반 병상을 줄이려면 수조원대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지만, 잇단 부자감세로 쪼그라든 재정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의대생부터 전공의·전문의까지 의료 인력수급 체계가 다 흔들린 상황에서는 정부가 어떤 의료개혁안을 내놓더라도 ‘탁상 대책’에 불과할 뿐이다. 기약도 없이, 개혁 논의와 의료 현장이 따로국밥처럼 분리된 국가적 난제가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서로 탓하며, 국민을 볼모로, 무책임하게 평행선만 달릴 것인가. 대화 없는 개혁은 제대로 첫발을 뗄 수도, 지속 가능할 수도 없다. 공전해온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도 좋고, 백지에서 대화협의체라도 다시 시작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의·정과 국회 모두 대오각성하고, 이 파국을 끝낼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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