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500명 결국 개원가로 쏟아져 나온다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8. 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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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병원 하반기 모집 결과
총인원의 1.4%인 104명 지원
빅5 병원도 고작 45명 그쳐
정부 이달중 추가모집 예고
개원가 취업 경쟁 심해지자
월급 400만원 수준으로 낮아져
경영난 세브란스 무급휴가 늘려

수도권 소재 한 모발 이식 전문병원은 1일자로 일반의 A씨를 채용했다. 모집 공고를 낸 지 2년 만이다. 내과 3년 차 전공의였던 A씨는 지난 2월 의료대란이 불거질 당시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근 수리가 완료됐다. 병원장 B씨는 "과거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최근 의사 구인구직 커뮤니티에 글을 다시 올렸더니 하루 만에 30명이 몰렸다"며 "병원 입장에선 인력이 충원돼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쏟아진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 1만여 명이 개원가로 쏠리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날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엔 수련병원별로 지원자가 없거나 한 자릿수에 그친 반면, 개원가에선 일반의 채용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병원 126곳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인턴 13명과 레지던트 91명 등 총 104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모집 인원(7645명)의 1.4%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소위 빅5라 불리는 병원에는 45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수련병원 교수는 "모집 공고가 떴을 때부터 파행이 예상됐지만 실제 결과는 더 참담한 수준"이라며 "정부가 무슨 수를 쓴다 해도 의대 증원을 무르지 않는 한 전공의들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수련 거부 움직임은 병원 출근 현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출근율은 8.7%에 불과하다. 전체 전공의가 1만3756명인데 이 중 1194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임용 포기와 사직 처리가 완료된 인원은 약 8000명이지만 실제 병원을 떠난 사람까지 합하면 전공의 공백은 1만2600명에 달한다. 이번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은 이들은 내년 9월까지 수련을 재개할 수 없다.

전체 90%가 넘는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개원가로 쏠리면서 그들 간 취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피부·미용 등 인기 분야는 이미 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개원가에선 기존 1000만원대였던 피부·미용 봉직의 월급이 300만~400만원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한 지역 요양병원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사직 전공의 3명이 지원서를 제출해 눈길을 끈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달 내로 추가 모집을 진행해 전공의 복귀를 독려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에게 수련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기 위해 추가 모집을 실시할 것"이라며 "상세한 일정은 이달 초에 공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에선 정식 공고에 대규모 미달이 난 상황에서 추가 모집은 더욱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 중인 한 전문의는 "개원가에서 피부·미용을 한번 맛보면 다시 수술실로 돌아가 메스를 들기 힘들다"며 "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중증환자를 봐야 하는 의료기관의 몰락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병원에 복귀하려는 전공의들을 비난하는 글이 의료계 내부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도 추가 모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의사·의대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특정인의 실명과 소속 병원, 출신 학교 등을 적은 글이 다수 게재됐다. 일부 이용자는 이들을 '빈집털이범' '성적 하위자' 등으로 칭하며 "한국에서 의사 하게 하면 안 된다"는 원색적 비난을 남겼다.

한편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수련병원들의 경영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이날부터 일반직 직원의 무급휴가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80일로 확대한다. 일반직 직원에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이 포함된다. 수술 건수가 전년 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경영난이 심해진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또 소속 교수들이 단체 휴진을 결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정부가 건강보험 선지급을 미룬 것도 재정 악화로 이어졌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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