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1세대' 구영배 "티몬 인수, 내 자신감이 만든 패착"

하수민 기자, 김민우 기자 2024. 8. 1. 18: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 인터뷰③- 무리한 M&A의 연속, 왜?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마존에 견줄 글로벌 플랫폼을 목표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 인수가 패착이었음을 인정했다. 인수 당시 티몬을 턴어라운드시킬 수 있다는 지나친 과신이 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위메프를 합병하고 미정산 판매자(셀러)가 대주주인 공공플랫폼으로 전환을 추진해 손실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구 대표는 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머니투데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동안 지적돼 왔던 큐텐 그룹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대해서 "글로벌 플랫폼 구축 기회가 와서 무리한 것이 맞다"면서 "너무 쉽게 생각했고 자기 확신이 너무 강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G마켓 창립자이자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꼽히는 구 대표는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했다. 이후 2022년 티몬을 인수하고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차례대로 인수했다. 올해는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까지 사들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그가 큐텐 그룹의 물류 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짧은 기간 내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는 인수 제안이 와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왜 샀냐고 하는데 산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면 '사줘라'하고 제안이 온 것"이라며 "지금은 다들 나를 '탐욕스러운 사업가'라고 평가하지만,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글로벌 업계에서 핵심적인 사업가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큐텐 그룹을 통해서 시장이 커질수록 셀러들이 설 자리는 작아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모순을 해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셀러들이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글로벌 시장에서 물건을 팔았을 때 리 마케팅을 하고 브랜딩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가 큐텐 그룹의 화두였다"면서 "이런 기업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나 전략이 우리의 자본에 비해 컸던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티몬 인수 이후에라도 자본 확충부터 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티몬 인수 이후 자본시장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자본을 확충하려는 노력은 계속했다"면서 "2023년에는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의 펀딩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 그런데도 지속해서 투자 유치 작업을 했지만, 티몬이 자본잠식뿐만 아니라 론(대출)이 2000억정도 있어서 티몬 때문에 그룹이 투자를 못 받는 경우도 발생했다. 과정을 살펴보면 참 안 풀렸다. 무능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의도적인 사기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인수 이후 티몬 재무 정산 관리 등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던 것들을 개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잘못도 인정했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는 재무 정산 회계 관리시스템이 통합이 안 돼 있어 판매자별로 얼마나 손실을 끼치는지 볼 수 없는 게 큰 리스크였다"면서도 "그 부분을 개선했어야 하는데 사업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기술개발 역량을 모아서 고도화하는 작업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티몬와 위메프 합병을 중심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본인의 큐텐 지분을 팔고 내놓을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도저히 안 되면 그 방법밖에 없지만 좋은 안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비전은 다 깨지고.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도 새 발의 피밖에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가칭 'K-커머스'를 출범하고 합병법인을 판매자가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구태표는 "6개월이면 된다. 인터넷 비즈니스 속성을 보면 조용해지면 트래픽이 60%까지 올라간다"면서 "회사가 파산되면 정산 지연이 아니라 날리는 것이다. 플랫폼을 정상화를 시켜야 피해를 복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