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티메프 사태, 상품권 매출 500억 줄면서 정산 지연됐다"

김민우 기자, 하수민 기자 2024. 8.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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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단독 인터뷰①- 위메프서 티몬까지 이어진 미정산 사태...뭐가 문제였나
구영배 큐텐 대표가 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머니투데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구영배 큐텐 대표는 "상품권 매출이 500억원 가량 급격히 줄면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시작됐다"고 밝혔다. 미정산 판매대금 1조원은 투자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는 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머니투데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상품권 업체가 위메프에 판매량을 줄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2월부터 진행한 프로모션 매출이 예상보다 줄어든데다 상품권 판매액도 급격하게 줄면서 다음달 정산해야 할 정산금이 모자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기능을 큐텐테크놀로지로 통합하면서 각사가 보고한 월간 실적 자체도 크게 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수 후 재무와 기술개발은 큐텐테크놀로지가 담당하도록 하고 티몬과 위메프에는 상품기획과 영업 기능만 남겨뒀다.

구 대표는 "내가 사업(티몬과 위메프)쪽 대표한테 받는 숫자와 재무(큐텐테크놀로지)쪽에서 주는 숫자가 너무 달랐다"며 "위메프는 20억~30억원 차이가 났고 티몬은 1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됐고 (위메프 정산이 안 되던 시점에는) 보고받은 것보다 지급해야 할 돈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처음에는 일시적인 자금 압박 정도로 생각했다"며 "중국 등 여기저기 묶여있는 자금을 동원하면 400억~500억원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큐텐에서는 이미 1년 전부터 해외 셀러들을 중심으로 판매대금 정산이 늦어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크게 논란이 되지 않고 지나간 게 오히려 독이 됐다.

구 대표는 "작년부터 큐텐 판매자들에게도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10억~100억원 수준인데 일시적 문제였고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위메프 미정산 상황은 큐텐 미정산 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에서 1년 전부터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일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서 미정산 사태가 티몬까지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흘렀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1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머니투데이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판매자들 사이에서 위메프는 물론 티몬에서도 물건을 빼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면서 위메프는 물론 티몬의 거래량이 줄어들었고 이로인해 티몬도 정산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애초부터 위메프와 티몬의 재무를 통합해서 관리했기 때문에 위메프의 자금경색이 곧 티몬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진 건데 여기서 위메프와 함께 티몬 거래량도 함께 줄어들면서 현금 흐름이 더 나빠진 것이다.

구 대표는 "위메프 정산이 지연된 이후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전자기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현금흐름이 더 안 좋아 졌다"며 "보통 매출이 큰 업체들은 정산 지연되면 찾아가서 사과하고 이후 정산되면 회복되는 메커니즘인데 (티몬까지 정산이 안 되자) 여행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매를 취소하면서 다른 셀러들도 뱅크런처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여행사들의 대규모 판매 취소는 "한번도 자신들의 시나리오 있던 위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상품은 소비자들이 여행을 다녀온 뒤에 우리가 정산해주는 구조인데 여행사에서 판매를 취소해버리니까 소비자들 피해가 커졌다"며 "환불이 쏟아지니까 PG(결제대행) 쪽으로 파장이 옮겨 갔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또 "PG사에서 회사별로 가지고 있는 대금 정산 밸런스가 있는데 이게 파괴된 것"이라며 "PG사마저 우리와 거래를 끊어버리니까 대응할 방법이 막혀버리고 이커머스를 운영하면서 가지고 있던 (위기 관리) 시나리오 범위를 넘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구 대표는 위메프 미정산 사태 초기에 "인지시점과 보고시점에도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미국에서 위시 구조조정과 사업전략 비용효율화 작업을 했고 일본에서 이베이로부터 가격만 괜찮으면 큐텐 재팬을 다시 사오려는 고민도 하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미정산 사태가 났다고 하니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거래량이 줄면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티몬이 5월과 6월, 7월까지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거래액을 급격히 늘린 것을 두고 부도 직전에 일부러 거래액을 급격히 키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이커머스 사이클상 5, 6, 7월에 프로모션을 통해 거래량을 늘리고 8~9월은 소강 상태, 10월부터는 다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며 "이번에 사이클을 좀 세게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명한 것은 올해는 수익을 내는 쪽으로 가자. 손실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는 게 지침이었다"며 "상품권 판매를 늘리고 쿠폰을 많이 걸었다는 것을 보고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했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의문이었던 판매대금 1조원의 행방에 대해선 "투자로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큐텐이 인수하기 전에) 티몬과 위메프에 투자받은 누적 금액이 9500억원"이라며 "인수했을 때는 이미 (투자금액을 다 소진하고)6000억~7000억원 자본결손 상태였다"고 말했다. 결국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을 끌어들이고 판매 촉진을 위해 그 돈과 함께 총 2조원이 들어간 셈"이라고 밝혔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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