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배가 버럭, "자신있게 해"…뉴어펜저스가 강한 진짜 이유[올림픽]

권혁준 기자 2024. 8. 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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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끝나고 10년 후배한테 많이 혼났다."

펜싱 남자 사브르 '뉴어펜저스'의 맏형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1일(한국시간)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한 뒤 들려준 뒷이야기다.

그래도 후배들은 '맏형'에게 다시 한번 기운을 불어넣어 줬는데, 이 와중에 도경동은 구본길에게 '버럭' 화를 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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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과 막내 11살 차이에도 허물없는 '형-동생'
구본길 "혼나고 맥 뚫려"…오상욱 "펜싱 앞에선 동등"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시상대로 오르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8강전 끝나고 10년 후배한테 많이 혼났다."

펜싱 남자 사브르 '뉴어펜저스'의 맏형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1일(한국시간)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한 뒤 들려준 뒷이야기다.

개인전에서 첫판에 탈락한 구본길은, 단체전 첫 경기에서도 초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결승 히든카드로 아껴놨던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의 조기 투입을 고려할 정도였다.

그래도 후배들은 '맏형'에게 다시 한번 기운을 불어넣어 줬는데, 이 와중에 도경동은 구본길에게 '버럭' 화를 냈다고.

구본길은 "(도)경동이가 '내가 뒤에 기다리고 있으니 한 번 더 뛰어보라'고 하더라"면서 "8강전 끝나고 난 뒤엔 '왜 이렇게 자신이 없냐. 자신 있게 하라'며 화를 내더라"고 돌아봤다.

이 말을 들은 구본길은 "다시 한번 자신 있게 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4강 이후 우리가 알던 구본길로 돌아왔다.

구본길은 "경동이에게 혼난 다음부터 경기력이 올라왔다. 맥이 뚫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결승전은 정말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오상욱을 비롯한 코치진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도경동 득점때 기뻐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선배에게 과감한 '직언'을 한 도경동은 "(구)본길이 형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형은 믿어주면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아시아 최초, 올림픽 펜싱 역사상 64년 만의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일군 '뉴어펜저스'의 강함을 느낄 수 있는 일화였다.

10살이나 차이 나는 선배지만, 경기에 있어선 후배라도 조언을 할 수 있고, 선배도 후배의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 선후배이기 이전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펜싱 동료, 인간적으로도 친밀한 허물없는 '형-동생'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4강에서 선배의 '각성'을 끌어낸 뒤 결승전 막판엔 '히든카드' 노릇을 제대로 해낸 도경동도 뉴어펜저스의 강점을 '팀워크'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우리는 소통이 많다. 선후배라기보다는 형-동생 사이여서 많은 대화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수여 받은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뉴어펜저스의 에이스 오상욱(28·대전시청)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펜싱 앞에선 모두가 동등하다. 선배가 후배에게 지시하고, 후배는 따르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면서 "시상식에서 다 같이 어깨동무하고 올라간 것도 그런 동등함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단체전의 2관왕에 오른 오상욱 역시 후배들의 날카로운 조언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오상욱은 "단체전 4강부터 조금 흔들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팠다"면서 "그런데 동생들이 '형은 원래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얘기해줬고, 그 이후 내 모습을 찾았다"고 했다.

동생들만 형들에게 조언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 많은 구본길과 오상욱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첫 올림픽을 맞는 박상원(24·대전시청), 도경동에 많은 조언을 하며 이끌었다.

박상원은 "중압감이 심하고 걱정도 많았는데, (오)상욱이형이 '너도 곧 금메달을 딸 텐데'라며 격려해 줬다"면서 "그 한마디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단체전에서 잘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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