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정부, 북한에 ‘수해 물자 지원’ 제안
적십자사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
정부가 1일 집중호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북한에 피해 복구 등을 위한 물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북협력기금을 이용,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박종술 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우리 측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북한 측의)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도 했다.
현재 남북 간 판문점 적십자 채널 등 모든 소통 채널이 끊긴 상태라서, 언론 브리핑 방식으로 북한에 지원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형식적으로 적십자사가 북측에 지원 협의를 제안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제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적십자가 공동 협의를 통해 적십자사가 지원을 하고, 지원금은 남북협력기금으로 집행하게 된다”라며 “정부가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간 남북 간 수해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안은 관례적으로 남북 적십자사가 창구가 돼서 진행해 왔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이 아닌 직접 지원을 선택했다. 이 당국자는 “보통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라며 “수해 지원은 긴급구호 성격이기 때문에 보통 직접 지원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면 남북 적십자사 간 소통을 통해 지원 품목과 규모, 방식 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국자는 “협의 형식은 대면이나 서면, 제3국에서의 협의 등 모든 방식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 품목은 북한이 제안에 호응하면 협의해 확정할 것”이라며 “우선 이재민에게 긴급히 필요한 비상식량이나 의약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부의 이번 제안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한 데다, 북한은 지난해 말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물리적 단절을 위한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 남북은 최근 오물풍선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주고받으며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기도 하다. 정부는 2022년 5월에도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협력을 위해 북측에 실무접촉을 제안하려 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북한 매체는 지난달 27일 압록강 하류에 있는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4100여 세대의 살림집과 약 3000정보(약 2975만㎡·900만평)의 농경지 등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됐다고 보도했다. 또 침수로 5000여명이 고립됐고 구조 작업을 펼쳤다고 전했다. 북한은 다만 구체적인 인명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측 위성 이미지 분석 결과 현재 (평안북도 신의주시) 위화도 전체, 의주군, 자강도 만포시까지 침수가 식별됐다”라며 “상당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0년 이후 북한에 수해 관련 지원을 한 건 총 4차례로 1297억원 상당이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정부의 제안에 북측이 응답하지 않거나 거부해 성사되지 않기도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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