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이채린 기자 2024. 8. 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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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점에 가까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는 '최후의 날 저장고'라는 장소가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은 지구에서 중요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의 종자, 동물의 세포를 보존하는 저장고를 달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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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키미디어/그레고리 H. 레베라 제공

북극점에 가까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는 '최후의 날 저장고'라는 장소가 있다. 바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다. 핵전쟁이나 기상이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으로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식물 종자를 차곡차곡 모으는 곳이다. 이같은 저장고를 달에도 만들자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은 지구에서 중요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의 종자, 동물의 세포를 보존하는 저장고를 달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 지역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학계에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도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메리 하게돈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해 2022년 우크라이나의 종자 은행이 파괴됐다"면서 "전쟁도 지구 최후의 생물 저장고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곳에 저장고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달의 추운 환경이 인간의 개입이나 추가적인 에너지원 필요 없이 생물을 낮은 온도에서 안전하게 보존해줄 것이라고 했다. 달 표면은 낮에 섭씨 127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다. 특히 태양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달의 극지방 근처 분화구는 초저온이 유지된다. 

하게돈 연구원은 현재 청별망둑 지느러미에서 채취한 세포를 대상으로 초저온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을 먼저 달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 생물 저장고는 멸종된 주요 생물을 복원하거나 인류가 '테라포밍'을 할 때 활용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테라포밍은 지구 외 다른 천체에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해 지구 생물이 원활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달 생물 저장고 계획이 마련되면 우주 환경을 견디고 생물을 보존할 수 있는 포장재를 개발하고 생물을 달까지 운반하는 데 필요한 물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93/biosci/biae058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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