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한에 “수해 지원 용의…적십자 통해 협의하자”
지난달말 폭우와 압록강 범람에 따른 북쪽의 신의주시를 포함한 평안북도·자강도·량강도 강변 지역의 인적·물적 피해와 관련해 정부가 ‘인도적 물자 지원’ 의지를 밝히며 남북 적십자 창구를 통한 협의를 제안했다.
박종술 대한적십자사(한적) 사무총장은 1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어려움에 대해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발표 주체는 한적이지만, 실제론 정부 차원의 제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발표는 한적이 했지만, 정부와 협의한 결과”라며 “지원이 성사된다면 남북협력기금에서 재원을 조달하려고 한다.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남북 직접 지원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원 품목은 북쪽이 우리 제안에 호응하면 협의해 확정할 것”이라며 “우선은 이재민한테 긴급히 필요한 의약품이나 비상식량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적의 지원 제안은 기자회견과 언론을 통해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쪽과 직접 소통할 창구가 없어 언론을 통해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직통 연락선은 2023년 4월7일 단절된 뒤 지금껏 복원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공개 제안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통일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16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해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제공하고 우리 쪽의 방역 경험 등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다”며 남북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당시 권영세 통일부 장관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한테 보내려 했으나 북쪽이 접수를 거부해 무산됐다.
이번에도 북쪽이 남쪽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 29~30일 신의주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우리는 위기 앞에 항상 용감했고 공세적이며 언제나 기적만을 창조했다”며 내부 자원의 동원을 통한 피해 복구를 호소했다. 이후 북쪽에선 지역·기관·직능별로 지원 물자와 인력을 모으는 작업을 맹렬히 조직하고 있다. 더구나 김 총비서는 지난 연말연초에 남쪽을 “철저한 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규정하며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공개 선언한 터다.
북쪽은 지난달 말 폭우와 압록강 범람으로 큰 피해를 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위성사진을 보면 (압록강 하구) 위화도 전체와 의주, (압록강 중류) 자강도 만포시까지 침수가 식별되고 있다”며 “상당한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 지역”에서 “5000여명의 주민들이 침수위험구역에 고립”됐으며, 공군 직승기(수직이착륙기) 비행사들이 “4200여명의 주민들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물적 피해와 관련해선 “살림집 4100여 세대와 농경지 3000정보(1정보=9917.36㎡, 900만평),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 등이 침수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용납할 수 없는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을 물어 사회안전상과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경질한 사실에 비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다.
신의주시·의주군은 압록강 하구의 저지대에 있어 2010년 8월, 2016년 7월에 압록강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전례가 있다. 폭우가 쏟아지면 압록강 중상류의 수풍·위원·태평만 댐 등이 수문을 열어 강 수위가 오르는 데다, 신의주 쪽이 강 맞은편인 중국 단둥 쪽보다 지대가 2~3m 낮아 압록강 범람에 더 취약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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