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3연패’ 남자 사브르는 ‘여자 양궁’의 길을 꿈꾼다[파리 올림픽]

배재흥 기자 2024. 8.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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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 한국과 헝가리의 경기. 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대표팀이 시상식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있다.(왼쪽부터) 구본길, 박상원, 오상욱, 도경동2024.7.31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원우영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코치는 1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헝가리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증명했다”는 말을 여러 번 외쳤다. 경기 뒤 만난 원 코치는 “증명했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 “사실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파리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할 거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노메달을 예상한 펜싱인들도 적지 않았다. 금메달로 저희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남자 사브르는 2020 도쿄 대회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정환과 김준호가 대표팀에서 빠진 빈자리를 ‘신예급’ 박상원(24·대전시청)과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으로 채웠다. 세대교체 과정에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에이스’ 오상욱(28·대전시청)은 “대표팀에 큰 변화가 생긴 뒤,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박살이 나며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새로 호흡을 맞추는 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기둥인 구본길과 오상욱이 건재했고, 박상원과 도경동도 젊은 에너지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새로 발탁한 박상원과 도경동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라는 역사를 썼다. 멤버 변화 등에도 한국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의 최강국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남자 사브르가 단체전 금메달을 딴 모든 대회에 참가했던 구본길은 “런던과 도쿄 대표팀의 실력도 좋았지만, 이번 올림픽 멤버의 경기력과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한국 대 헝가리 경기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금메달을 획득한 구본길(왼쪽 네번째부터), 박상원, 오상욱, 도경동이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2024.7.31/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브르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하기까진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심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 특성상 심판과의 관계도 중요했다. 원 코치는 “심판하고 싸워야 하는 환경이 너무 힘들었다”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구본길이 심판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 스텝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손동작을 보완하며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선수들끼리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것도 큰 강점이다. 도경동은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팀워크가 되게 좋다”며 “선·후배가 아닌 형·동생 사이로 지내며 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대교체를 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랐다. 2028 LA 올림픽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할 박상원과 도경동을 발굴한 것도 큰 수확이다. 원 코치는 “박상원, 도경동 선수 말고도 한국엔 어리고 재능 있는 남자 사브르 선수들이 많아서 앞으로 ‘새 얼굴’이 자주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리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남자 사브르의 다음 올림픽 목표는 자연스럽게 ‘단체전 4연패’로 설정됐다.

그러나 원 코치는 이보다 더 큰 포부를 밝혔다.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에 성공한 ‘여자 양궁’처럼 되는 것이다. 그는 “단체전 3연패를 한 것에서 더 나아가 여자 양궁처럼 10연패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남자 사브르가 되겠다”며 “선수와 지도자, 스태프까지 모두 하나 돼 그 꿈을 이뤄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한국 대 헝가리 경기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렸다. 구본길(왼쪽부터), 박상원, 오상욱, 도경동이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함께 3연패를 기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7.31/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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