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리 레시피를 너머 ‘할머니 마음’까지 전한다

서울앤 2024. 8. 1. 17: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⑪ SNS 타고 진화하는 케이푸드 열풍

[서울&] 한류 확산에 소셜미디어 앱들 큰 역할

케이푸드, 가장 강한 한류 영향력 ‘자랑’

달고나커피, 두 달 만에 전세계 퍼지고

‘먹방’은 옥스퍼드 사전에 단어 올라가

‘소셜미디어 한국 음식 사랑’ 계속 진화

‘먹는 소리’ 집중한 콘텐츠도 인기 얻고

구독자, ‘먹방 보며 식사’ 외로움도 달래

한국인도 보지 못한 ‘한국인 모습’ 선봬

세계를 휩쓸고 있는 ‘케이(K) 열풍’ 중에서도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케이푸드 열풍’도 사회관계망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달고나커피는 코로나 시절 한국에서 유행한 지 두 달 만에 한국에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dalgonacoffee’를 치면 수많은 동영상이 나타난다.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케이(K)팝의 중독성 강한 비트부터 케이드라마의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케이뷰티의 촉촉한 피부 광채까지…. 처음 케이팝에서 출발한 팬덤은 케이드라마로 옮겨가더니 케이뷰티 등 케이컬처에 대한 다양한 관심으로 확산됐다.

한류는 단순한 유행에서 이제 다양한 세계인들의 관심 중심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 속 소셜미디어 앱들이 있다. 출발은 케이팝이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은 한국 문화와 관련한 동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고 퍼나른다. 한국 문화가 가장 손쉽게 전파되는 곳이 소셜미디어고 그중에서도 가장 스며들어 영향력을 끼치는 게 케이푸드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데이비드 로빈슨의 아들이 한국 먹거리 여행을 하러 한국에 방문했다. 그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프랑스 요리 학교에 가기 전에 한국을 방문해 식문화를 탐구하려고 왔다. 한국 친구가 집에서 요리해준 음식을 먹고 한식에 반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찾아가 한식의 철학에 대해 배우고, 떡 박물관에 찾아가서 각종 떡의 역사와 만드는 법을 체험하고, 김치 박물관에 가서 깍두기를 만들었다. 광장시장 길거리 음식에서부터 미슐랭스타를 받은 고급 한식 다이닝까지 각종 음식을 탐험하고 갔다. 그는 오방색에 담긴 한국 음식의 철학에 깊게 감화했는데, 한식의 맛에는 마치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 같은 다정함이 있다며 일주일을 알차게 보내고 갔다.

달고나커피는 코로나 시절 한국에서 유행한 지 두 달 만에 한국에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여전히 ‘#dalgonacoffee’를 치면 나오는 수많은 동영상은 한국 음식이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Kfood’ 해시태그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십억 개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구독자가 59만9천 명인 대표적 먹방 인플루언서 @maangchi의 인스타그램. 그의 유튜브 구독자는 600만 명이 넘는다.

더욱이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음식 사랑은 계속 진화해왔다. 처음에 소셜미디어 속 케이푸드 콘텐츠는 크게 한국 요리를 만드는 법을 소개하거나 먹방(Mukbang)이 주류였다. 유튜버 @maangchi는 외국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찾을 때 가장 많이 찾는 채널로 벌써 구독자가 600만이 넘는다. 김치부터 갈비까지 정말 쉽고 편하게 한국어 억양이 가득한 영어로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먹방은 삼겹살, 불고기, 치맥, 잡채, 김밥, 한류와 함께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록될 정도다.

이제 소셜미디어 속 콘텐츠는 음식을 소개하거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확장되고 깊어지고 있다. ‘Jane ASMR’은 18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다양한 한국 디저트를 먹는 영상을 제작한다. 맛있게 먹는 소리에 집중해서 먹방 콘텐츠를 만든다.

한국 먹방 문화에서 신기한 것은 먹는 것을 구경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소셜미디어 먹방을 틀어놓고 같이 먹는다는 사실이다. 혼자 먹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같이 먹는 느낌을 즐기기도 하고, 다이어트하는 나 대신에 열심히 맛있게 먹는 먹방으로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대사 없이 요리하면서 나오는 소리를 ‘자율감각쾌락반응’(ASMR)처럼 들려주고 영어 자막으로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Delight’ 역시 200만이 넘는 구독자가 있다. 전설의 동대문 크레뻬할아버지부터 팔뚝김밥까지 한국 음식 조리 장면을 그대로 설명 없이 보여준다. 복어 배를 갈라서 독을 빼는 것부터 김밥을 만들기 위해 밥을 짓는 영상까지. 사람들은 완성된 음식을 먹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 사람들도 보지 못한 음식의 속살, 만드는 과정, 요리하는 한국 사람들까지 찾아간다.

한국 요리법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크리에이터 ‘@cookim’ 계정.

한국 음식 콘텐츠로 소셜미디어상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된 사람도 많다. ‘@___cookim’은 한국 요리법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한국 음식 소개지만 글로벌 팔로어가 많아서 모든 콘텐츠를 영어로 만든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적이 없지만 공부한 영어로 글로벌 팬들과 소통한다. 선생님이 되고자 교육대학을 다니던 청년이 지금은 한식 앰배서더가 돼서 방에서 만든 동영상으로 글로벌 팬들을 만난다. 외국에 살지 않아도 케이푸드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과 세계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국 여성이 만든 계정 ‘@cafemaddy’. 요리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한국 음식으로 알려진 계정 중에는 카페매디(@cafemaddy)가 있다.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이 여성은 그리운 한국 요리를 만들면서 레시피를 정리하고 동영상으로 만들다가 크리에이터가 되어 공유한다. 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레시피로 만든 간단하지만 아름다운 요리를 보고 있자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여름을 맞아서 시원한 골뱅이 소면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면 한국 재료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이게 뭐지 하고 관심 있게 보게 된다. 나도 그의 릴스를 보고 따라 해본 요리가 여러 개다. 음식과 함께 명상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재다능한 그는 요리법을 일러스트로 그리기도 하고 유튜브와 팟캐스트도 운영한다.

케이 디저트와 빵과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nabong_cafe’.

또 전통적인 한국 음식에서 나아가 각종 케이 디저트를 전파하는 크리에이터도 많이 생겨났다. ‘@nabong_cafe’는 홈카페와 디저트, 빵과 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제는 한국인이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넘어서 외국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소개하기도 한다. 유튜브 ‘영국남자’ 진행자들은 영국으로 가 영국 학생들에게 길거리 음식과 치킨을 시식시키고 평을 들어본다. 이(e)스포츠 해설가 울프 슈뢰더는 부대찌개 사랑으로 유명하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면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고 해서 ‘대한미국놈’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수년간 전국의 부대찌개 전문점 수백 곳을 방문한 부대찌개 마니아로 기업과 손잡고 밀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소주와 부대찌개를 먹고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린다.

이처럼 소셜미디어는 케이 콘텐츠를 전세계로 퍼뜨리는 강력한 엔진이 됐다. 그 중심에 케이푸드가 있다는 건 자명하다. 최근에 만난 싱가포르 동료는 ‘라멘’이 아니라 ‘라면’을 먹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없어서 못 산다는 트레이더 조의 냉동 김밥의 인기도 한 크리에이터가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하면서 촉발된 현상이다.

케이푸드 콘텐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프리카에서 한식 크리에이터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식과 아프리카 전통음식의 콜라보를 하는 장면이 춤으로 만들어지고 댄스 챌린지가 생겨 전세계인이 함께한다면? 케이푸드가 전파되며 새롭게 만들어질 각종 놀라운 시너지를 기대해본다. 연결이 있는 곳에는 창의성이 솟아나기 마련이니까.

정다정 메타코리아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