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DT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확대해… 의료안전망 확보 최선 다할것"

강민성 2024. 8. 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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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의료원 원장
소아·산부인과 꾸준한 투자
위기 상황 속 응급진료 가능
소통 통해 직원 이탈 최소화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서울의료원 제공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서울의료원 제공
이현석 서울의료원장. 서울의료원 제공

"최근 조현병 환자인 산모가 응급으로 출산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의료 대란 여파로 대학병원을 포함해 30개 병원에서 진료를 모두 거부당한 이 환자는 서울의료원에 와서 정상적으로 분만하고, 아기도 신생아 치료실에서 잘 치료받아 모두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이현석(사진) 서울의료원장(흉부외과 전문의)은 병원에 찾아온 산모를 회상하며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조차 이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면 아기와 산모 모두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라며 "소위 의료계에서 기피 과로 불리는 소아과와 산부인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위기 상황 속에도 응급 진료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서울시 시립병원인 서울의료원에 원장으로 취임한 이 원장은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철학을 갖고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상의 이유만을 따진다면 소아과와 산부인과 의사들을 많이 고용할 수 없어 민간병원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저희 병원은 9명의 소아과 의사와 7명의 산부인과 의사가 있고, 소아 응급의학을 하는 응급의학과 선생님까지 있어 야간, 휴일에도 진료하는 '우리아이안심병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인터뷰 내내 경영보다는 공공병원 역할을 강조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빈곤을 동반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공공병원에선 그 분들을 우선적으로 케어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료원은 수도권 대학병원과 견줄만한 우수한 의사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령층 질환인 뇌혈관, 심혈관 등 중증 응급환자를 위한 진료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 원장은 "8개 센터 중 통합 심뇌혈관센터는 뇌졸중을 비롯한 각종 뇌혈관 질환에 대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재활의학센터에서는 최첨단 보행 재활로봇으로 급성기뇌졸중 환자를 위한 재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의료원은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간병부담 해소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며 환자들의 간병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는 "평일엔 가족들이 직장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간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실적으로 주말밖에 없다"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과 응급 체계 구축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학병원과 마찬가지로 서울의료원도 재정 여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현재 의료대란으로 전국 대다수 대학병원이 인력 부족을 겪거나 재정위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서울의료원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서울의료원 역시 수련병원으로 전공의 수가 전체 의사 정원의 3분의 1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의료 현장을 이탈해 재정과 인력에 대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인력과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권역응급센터 지정병원인 서울의료원은 지난 4년간 코로나19 대응으로 의료원 병상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뒤 이제 겨우 절반 이상으로 회복됐지만, 이번 전공의 의료 공백으로 또다시 힘겹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2차 종합병원인 서울의료원은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외래진료가 가능해 (의료공백) 이전보다 중증도, 고난이도 환자가 더 많이 몰려들어 전문의들의 피로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전문의들이 야간당직을 서고 그 다음 날 외래와 병실 환자를 보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책임감과 소명 의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료대란이 장기화 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었는데, 서울시에서 시민들의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재정지원과 의사인력 지원책 마련 등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직원들과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위기 상황에서도 의료진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공공병원이지만 오로지 환자 진료에만 전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 퇴사하고 다시 오는 분들도 꽤 있어 앞으로 의사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도 진료 이상으로 중요한 만큼 정책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공공보건의료재단에 36명이 석·박사 연구원이 있는데 지난해 10월 서울의료원에 통폐합되면서 공공의료 정책을 서울시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의료재단과 함께 의료정책을 개발하는 정책적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말 방사선 치료기가 도입돼 암 수술을 활성화하고, 정부 지원금 외에도 기부금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의료안전망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공공병원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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