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리하니 보호무역…"생산자가 먼저, 소비자는 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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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를 방패로 사용하며 세계 최강이 된 후 미국은 대체로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그렇게 미국이 이끈 신자유주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했다.
생산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자국 주요 산업 역량이 약화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기조를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틀었다.
미국으로선 생산자 보호, 국부 증진을 위해 자유무역 정책을 버리는 게 필요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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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보호무역주의를 방패로 사용하며 세계 최강이 된 후 미국은 대체로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공산권이 무너진 후 본격화한 '세계화' 정책은 자유무역에 날개를 달아줬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도 세계화를 종용했다. 미국이 주도한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우회로를 통해서였다. 그렇게 미국이 이끈 신자유주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했다.
신자유주의가 보편화되자 미국 거대 기술기업인 '빅테크'와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 공장을 지었다. 애플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생산됐으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조립됐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생산비를 줄여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하지만 자유무역의 과실은 고르게 돌아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적어도 월급이 오르지 않으면서 점차 가난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에는 9만개가량의 가구 제조업 일자리가 있었으나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0년이 지나지 않아 일자리 중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반도체, 태양전지 등의 자국 내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생산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자국 주요 산업 역량이 약화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기조를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틀었다. 그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다. 그는 신간 '자유무역이라는 환상'(No Trade Is Free)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을 분석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전말을 공개한다.
책에 따르면 자유무역에 따른 미국의 이득은 저렴한 중국산 공산품을 들여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소비자로선 큰 이득이다. 하지만 소비재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이 낮아졌다. 생산자이자 월급 노동자들로서는 힘겨운 상황이 이어졌다. 게다가 무역적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미국의 국부도 감소했다. 미국으로선 생산자 보호, 국부 증진을 위해 자유무역 정책을 버리는 게 필요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그는 "노동자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하고도 실질적인 방법은 미국 제조업 부문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우리 시민이 생산자라는 사실이 첫 번째이고, 소비자라는 사실은 그다음이다"고 강조한다.
책은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추진한 배경을 비롯해 정부의 정책 변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또한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 및 다른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어떻게 맺었는지 등도 소개했다.
트럼프가 집권하는 동안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즉 자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무역 항로를 완전히 틀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유리할 때는 자유무역을 외치며 타국에 강요하더니 불리해지니 재빨리 '보호무역주의'로 갈아탔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사실이 바뀌면 마음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당신은 어떤가?'라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말을 책 앞면에 인용했는데, 이마저도 견강부회 같은 인상을 준다.
마르코폴로. 4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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