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민심 따라야”…용산 ‘정책위의장 유임’ 요청 거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 유임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공개적으로 거절하고 정책위의장 교체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직 인선 시점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 정국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발표는 다음 주쯤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성일종 전 사무총장, 정 정책위의장 등을 언급하며 “저를 포함해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인성과 능력을 갖춘 분”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의 당심,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책위의장 교체의 의사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대통령실이 한 대표에게 정 정책위의장 유임에 대한 뜻을 전달했다고 알려지면서 더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대표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정 정책위의장을 유임하면 어떠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로 초청해 당직 인선에 대해 ‘당의 일은 대표가 책임지고 잘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셔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한 대표의 당직 인선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는데, 정 실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결이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 대통령실은 정 실장의 정책위의장 유임 의견은 정치적 조언일 뿐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정 실장과 만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라는 질의에 “집권여당 당대표가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얘기를 맞다, 그르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른바 ‘용산 회동’ 이후 한 대표의 행보는 분명했다. 전날(31일)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를 대상으로 일괄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정 정책위의장을 겨냥해 ‘당직자 일괄 사퇴’ 모양새로 예우를 갖춰 거취 표명을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의 ‘유임’ 의견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거절한 셈이다. 한 대표는 이날도 정책위의장 교체 뜻을 굳히면서, 친한계와 친윤계 간 기싸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정책위의장 등 당직 인선 시점에 대해선 속도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물음에 “우리 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는데, 그런 점도 인사 시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답했다. 야당의 쟁점 법안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에 맞서, 국민의힘이 이날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돌입한 국회 상황 등을 고려해 당직 발표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강한 친윤(친윤석열계) 반발에 부담을 느끼면서 당내 설득 작업을 위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거기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정책위의장 교체를 위한 의총 추인도 당내 소수인 친한계로서는 고려할 부분이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 의원총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의총에서 추인을 얻지 못할 경우 한 대표의 리더십이 취임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
정책위의장 외에 지명직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대변인단, 당 윤리위원장 등 당직 인선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당직 인선이 지연되는 배경으로 인물난을 꼽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당에는 능력과 인품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좋은 인선을 해서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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