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뚫린 이란 심장부···하니예 암살 어떻게? 스텔스 전투기, 내부 ‘드론 공격’ 추정도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이슬람혁명 광장에서 열린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가 테헤란에서 피살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공중 발사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도 한복판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를 암살했는지를 두고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암살 주체로 지목된 이스라엘은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으나 이란은 물론 국제사회도 이스라엘이 암살을 단행했다는 데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31일(현지시간) 하마스에 따르면 하니예는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 몇 시간 만에 테헤란 북부 숙소에서 피살됐다. 하마스와 이란 정부는 하니예가 숙소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공격을 받았는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로선 공습이 유력하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운영하는 누르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하니예와 그의 경호원이 31일 오전 2시쯤 ‘공중 발사체’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도 “하니예가 공중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순교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성향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하니예는 본거지인 카타르에서는 대규모 경호 인력과 항상 함께 다니지만, 이란에서는 단 한 명의 경호원만 대동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 장소에서 피살된 것이다.

외신들은 그가 ‘공중 발사체’에 의해 피살됐다면 스텔스 전투기나 공격용 무인기(드론)가 하니예 숙소에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이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미국산 F-35 전투기를 투입해 공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는 적국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침투할 수 있다. F-35가 이란이 러시아에서 도입한 S-300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이스라엘 공군은 F-35를 이용해 자국으로부터 1700㎞ 떨어진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타격하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F-35를 몰고 테헤란까지 가려면 이라크나 시리아 상공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 국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로부터 공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사일을 장착한 공격용 드론이 동원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암살 작전에 드론이 곧잘 이용됐다는 점에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R9X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을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스라엘의 공격용 드론이 이스라엘에서 테헤란까지 1600㎞에 이르는 장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드론이 공격 지점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발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란 내부 발사설’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 매쿼리대학 안보 연구원인 카일리 무어 길버트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드론이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기 위해선 이란 내부에서 발사하는 게 더 용이하다며 이란 체제에 불만을 품은 이란 내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의 군사정보 분석가인 로넨 솔로몬도 “테헤란 북쪽 카스피해 해상에서 유도미사일이 발사됐거나, 테헤란 내부에서 드론이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란 인터내셔널에 말했다.

어떤 경우든 이란으로선 국가의 심장부인 수도에서 자국의 ‘귀빈’을 노린 공격에 속수무책 당한 셈이다. 이란 방공망이 공격에 뚫렸다는 점뿐만 아니라 하니예의 동선 등 기밀 정보도 실시간 유출됐다는 점에서 이란의 ‘안보 굴욕’이란 평가가 나온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