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코노미]'파리올림픽 신궁 프로젝트' 이끈 현대차 하이테크 기술

강우진 2024. 8. 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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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여자 양궁 대표팀. 사진=정재근 기자

첨단화로 무장한 '태극궁사'들에게 적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을 제패하고, 개인전에서도 잇달아 승전보를 전하는 등 전 종목 금메달의 대업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의 신들린 금빛 낭보, 그 뒤에는 현대차그룹의 하이테크 기술력이 있었다.

1일 현재 우리나라 양궁 대표팀이 수확한 금메달은 2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레쟁발리드 양궁경기장에서 임시현, 남수현, 전훈영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슛오프 접전 끝에 중국을 세트 스코어 5대 4로 이기면서 올림픽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다음날인 지난달 29일에는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이 세트 스코어 5대 1로 손쉽게 승리 올림픽 3연패에 성공했다. 한국 양궁 선수들은 개인전에서도 우수한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연이은 낭보를 전하고 있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남자 양궁 대표팀. 사진=정재근 기자

이처럼 압도적인 태국궁사들의 기량 뒤에는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강심장'이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거쳤다.

선수들은 1대 1대결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슈팅로봇과 경기를 펼쳤다. 우리 대표팀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로봇과 대결을 펼치며 경쟁에 익숙해졌다. 슈팅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바람과 온·습도 등을 모두 측정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슈팅을 선보인다. 평균 9.65점 이상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선수들을 시종일관 압박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실전감각을 익히고, 로봇의 조준점 보정 과정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통해 바람 등 외부환경에 따른 탄착군을 형성할 수 있었다.

◇훈련용 슈팅로봇.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는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면서 심리적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데 일조했다. 사선에서의 긴장은 잘못된 슈팅을 유발하는 요인인 만큼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관리는 중요하다.

이 비전 기반의 심박수 측정 장비는 선수 얼굴의 색상 변화를 감지해 맥파를 검출하고, 심박수를 측정한다. 훈련이나 경기중 접촉식 생체신호 측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첨단 비전 컴퓨팅 기술이 활용됐다.

선수들의 슈팅 자세를 바로잡는 데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머리 위와 정면의 두 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모니터에 분할 출력해, 선수가 자신의 슈팅 자세를 다각도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최대 0.125배속까지 느리게 볼 수 있어 세세한 분석이 가능하다.

◇선수 맞춤형 3D 그립.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선수들의 장비에도 최고의 기술력이 적용됐다.

선수들은 활의 중심에 덧대는 '그립'을 자신의 손에 꼭 맞도록 직접 손질한다. 그립에 손상이 가면 새 그립을 다시 손에 맞도록 다듬어야 해 컨디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번 대회 남자 탁구 단식 세계랭킹 1위 왕추친(중국)이 자신의 손에 익숙하게 다듬은 탁구채가 파손된 뒤 곧바로 탈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현대차그룹은 3D 스캐너와 3D프린팅 기술을 그립 제작에 사용했다. 선수들이 손에 맞도록 손질한 그립을 미세한 흠집까지 3D 스캐너로 재현해 냈다. 지난 도쿄올림픽부터는 알루마이드, PA12 등 신소재를 활용, 그립 재질을 보다 다양화하기도 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그립만큼이나 화살 역시 중요하다. 기존에 선수들은 최고의 화살을 선별하기 위해 직접 활시위를 당기며 많은 시간을 소모해 왔다.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가 고정밀 슈팅머신을 개발한 것은 이러한 이유도 있었다. 신규 화살 중 불량 화살을 솎아내고, 선수들이 최상급 화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선별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선수들은 시간 허비를 줄이고, 온전히 대회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국 양궁이 기술 등을 바탕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만큼 해외에서도 이를 배우기 위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며 "관련 기술 유출은 일절 없으며, 외국팀에서는 이러한 노하우를 터득하기 위해 한국인 감독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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