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아 만든 영화…또 다른 장애인의 삶과 사랑, 그 3년

정대하 기자 2024. 8. 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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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독립영화관에서 어제 좌석이 매진됐다고 하던데, 다른 지역 상황은 모르겠어요."

장애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똥 싸는 소리'(108분)를 연출한 조재형(55) 감독은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를 영화관에서 정식 개봉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비장애인들이 영화를 많이 관람해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장애인의 삶이나 5·18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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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감독 영화 ‘똥 싸는 소리’ 31일 개봉
장애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똥 싸는 소리’를 연출한 조재형 감독(왼쪽)과 영화 속 주인공의 모티브를 제공한 김미숙 장애인 인권활동가. 조재형 감독 제공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어제 좌석이 매진됐다고 하던데, 다른 지역 상황은 모르겠어요.”

장애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똥 싸는 소리’(108분)를 연출한 조재형(55) 감독은 1일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를 영화관에서 정식 개봉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지난 31일 광주극장, 서울 인디스페이스, 대구 오오극장, 목포 시네마엠엠 등 총 10개관에서 이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 감독은 “2년 전 영화를 완성하고 몇몇 영화제에서 시사회도 했지만, 배급사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단법인 광주영화영상인연대에서 전국의 독립영화관과 예술영화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배급에 나섰다”고 말했다.

‘똥 싸는 소리’는 하반신 마비 여성 장애인 ‘미숙’(임도윤 분)의 삶과 사랑을 모티브로 해 만든 극영화다. 이 영화는 사단법인 광주영화영상인연대와 장애인단체 사단법인 실로암사람들이 함께 제작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재 인물은 김미숙(39)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사무국장이다. 조 감독은 2014년 6월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4·16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재판에 참석하던 유가족들을 응원하던 김씨를 만났다. 조 감독은 “표정이 밝아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며 제안해 승낙을 받고 3년간 그의 삶을 영상으로 담았다.

하지만 ‘비장애인’이었던 조 감독에게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2018년 3월 영상 작업을 하던 그는 넘어져 의식을 잃었고, 건물 환경미화원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원인 불상에 의한 사지 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2년간 재활에 매달렸다.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기력증이 몰려왔다. 조 감독은 2021년 3월 광주로 돌아와 김지연 광주영화영상인연대 당시 이사장에게 “죽기 전에 영화 한 편 찍고 싶다”고 했다.

2021년 영화 ‘똥 싸는 소리’ 촬영현장에서 조재형 감독이 휠체어에 앉은 채 연출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제공

그때 떠올렸던 게 김미숙의 삶이었다. 김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뇌출혈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다. 그는 “이후 8년간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지만, 학교에 갈 수가 없었던 그는 초·중·고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김씨는 2019년 ‘똥 싸는 소리’라는 에세이를 낸 바 있다. “나의 일상은 비장애인의 삶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변 좀 시원하게 봤으면 좋겠다’ ‘저 물건 사고 싶다’는 것이거든요. 제 삶이 보통의 여성과 다르지 않는다는 내용을 경쾌하게 썼어요.” 김씨는 “내 삶을 캐릭터로 한 영화가 개봉돼 기쁘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된 조 감독은 휠체어를 타고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경추 마비 장애인으로 가장 힘든 일이 소변을 빼는 것이었다. 김씨의 에세이 제목을 영화 제목으로 고집한 것도 장애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광주 주요 스태프로는 조 감독 외 최지원(프로듀서), 이경호(각본), 유명상(조감독, 각색, CG), 김신혜(조감독), 오태승(촬영) 등이 있다.

영화엔 미숙씨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나 헤어졌던 연애사, 가족들과 관계 등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는 미숙씨가 새 남자 친구(류성훈 분)를 만났지만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랑을 기약하는 이야기로 끝난다.

전남대 영화패 ‘아리랑’ 출신인 조 감독은 5·18항쟁을 다룬 ‘그날’(27분·2008) 등 15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했다. 서울 충무로에서 제작집단 ‘엠16’을 조직해 독립영화를 만들다가 2014년 귀향했다. 조 감독은 “비장애인들이 영화를 많이 관람해 장애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장애인의 삶이나 5·18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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