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탄핵→탄핵’ 잔혹사 막자”…이진숙의 ‘버티기 전략’ 성공할까

변문우 기자 2024. 8. 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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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동관·김홍일에 ‘이진숙 탄핵소추안’까지 발의…“방통위 2명이 방송 장악”
“‘탄핵 남발’ 지친 국민 여론 전환될 것” vs “‘국정 마비’ 화살은 결국 당정으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잔혹사가 약 8개월 넘게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진숙 신임 방통위원장은 임기 하루 만에 '독단적 방송 장악' 행보에 나섰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일단 이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들과 달리 자진사퇴 없이 '버티기' 전략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언이다. 여권에선 이 위원장의 전략이 야권을 겨냥한 '탄핵 남발' 프레임에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결국 '국정 마비'를 초래한 만큼 정부여당과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 위원장과 대화하며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전속결' 이사 교체에 곧바로 탄핵 나선 '몽골기병' 野

전날인 7월31일 방통위 지휘권을 잡은 이진숙 위원장은 당일 오후 5시에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KBS 등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위원장 임명을 재가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속전속결로 과업을 이행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에서도 "지금은 언론이 공기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건전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돼야 할 공영방송이 바로 그런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밤늦게 방통위가 추천한 이사진 임명안을 재가하며 여권에선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여야는 공영방송 이사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서로에게 유리한 방송 구조를 만들기 위해 타협 없는 싸움을 이어왔다. 여권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 조건인 '2인 체제'를 유지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완료하려 했으나, 야권의 공세 속 '탄핵-사퇴' 악순환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어왔다. 해당 고리를 이 위원장이 끊은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6당은 1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며 반발에 나섰다. 이 위원장을 비롯한 '2인 체제' 방통위가 안건을 의결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방통위는 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합의제 행정기구인데도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 위법성을 잘 알면서도 2인만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했다"며 "또 스스로 기피 신청 의결에 참여해 기각했고, 공영방송 이사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임명해 온 관례도 깨고 이사진 임명을 강행했다"고 탄핵소추 사유를 설명했다.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첫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야권에선 이르면 2일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취재진에 "윤 대통령이 대결 노선을 선택했고 국민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진숙을 탄핵하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악순환 끊기" vs "尹도 출혈 클 것"…이진숙 버티기 전망은?

여권에 따르면, 이진숙 위원장은 야권의 탄핵소추에도 자진 사퇴 없이 버티기 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자진 사퇴를 택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탄핵 정당성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이유에서다. 또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직무정지 상태가 되더라도 직전에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이룰 수 있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야권에 '탄핵 남발' 프레임을 씌워 여론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이 위원장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민주당은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앞서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상인 직무대행까지 탄핵안을 발의한 전적이 있다. 여기에 현직 검사 4명 탄핵 절차도 밟으며 당내에서조차 "무리해서 탄핵 공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야권을 규탄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람이 단 하루 만에 탄핵 당할 만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민주당이 하고 있는 탄핵의 형태들은 무고탄핵"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습관성 탄핵중독증"이라며 "1년 새 방통위원장을 3명이나 탄핵을 한다는 것은, 심지어 신임 위원장 출근 첫날부터 탄핵하겠다는 것은 국정에 대한 폭력이자 테러"라고 직격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버티기 전략으로 방통위 마비 상태가 초래될 경우 출혈이 더 큰 쪽은 정부 여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5명 중 2명이 앉아서 주요 사안을 의결하는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가"라며 "특히 취임 첫날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국민들도 방송 체계가 무너지고 민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정부여당의 책임인 것을 자명하게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이번 탄핵 정국도 여당과 정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큰 타격이 갈 것"이라며 "여당은 탄핵될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인 것 아닌가. 결국 윤 대통령의 방송 관련 국정 전체를 본인들이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장관 임명하거나 인사청문회 때도 (당정이) 마이웨이로 갈 것을 예고한 상황인 만큼 여당과 대통령의 책임과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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