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브라질 과거사 사과’에 뒤늦은 주목···“일본도 과거에서 눈 돌리지 말아야”
일본 언론이 지난달 브라질 정부의 ‘과거사 사과’에 뒤늦게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이 일본계 이민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듯, 일본도 과거 잘못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본은 최근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조선인 ‘강제노동’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진보 성향 마이니치신문은 1일 “브라질이 일본인에게 사과, 역사 직시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과거 인권침해 등을 심의하는 브라질 정부 산하 사면위원회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일본계 이민자들을 만나 사과한 일이 사설의 소재다.
브라질의 일본인 탄압은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당시 연합국 측으로 일본과 적대하던 브라질은 전쟁 도중부터 전후에 이르는 동안 일본 이민자를 대거 수용소 등에 보냈다. 1943년 상파울루 남부 항구 도시 산토스에서 약 6500명 일본 이민자를 간첩 혐의로 강제 수용한 ‘산토스 사건’이 유명하다. 1946~1948년엔 172명 이민자들이 상파울루 해안 강제 수용소에 보내져 고문당했다는 내용이 진상 보고서에 적혔다고 AP는 전했다. 피해자 가운데엔 일본에서도 ‘2등 국민’으로 차별받는 오키나와 출신이 많다고 한다.
일본계 이민자들은 인권 침해 사실을 대략 15년 전부터 증언하기 시작했으나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르 정권하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브라질 정부 차원의 사과 논의가 본격화된 건 지난해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다.
마이니치는 “많은 나라가 오랜 기간 (자국의) 억압과 인권 침해 역사에서 눈을 돌려왔다. 하지만 자성 없는 국가는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수 없고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며 “세계가 점점 더 갈라지고 배외주의(극단적 국수주의)가 횡행하는 가운데, 자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겸손이 중요해지고 있다. 인근 국가 사이에서 역사인식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도 과거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성실히 대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니치의 이날 사설은 지난달 25일 브라질 정부의 사과로부터 일주일이 지나 작성됐다. 그 사이 시점인 지난달 27일 일본 사도광산 등재 안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를 통과했으나, 조선인 노동자 동원의 ‘강제성’ 등 표현을 두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도쿄신문도 지난달 30일 브라질의 대일본 사과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일본은 한국과 사이에서 징용공(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식의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일부 일본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표현과 ‘강제연행’ 등 용어가 삭제되고, 군마현에서 조선인 추도비가 철거된 일 등은 그같은 정부 인식의 결과라고 신문은 짚었다.
근대사학자 다케우치 야스히토는 “심각한 인권침해는 80년이 지나도 계속 문제시된다”며 “일본 정부도 과거를 직시해 (한국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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