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튀르키예 퇴역 군인’ 사수 열풍···‘장비 없이 무표정’ 50대 디케츠, 5번 출전 끝에 올림픽 첫 메달
이번엔 한 중년의 사수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사격폼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은 한국 김예지(32·임실군청)에 이어 이번엔 튀르키예의 한 남자 사격선수가 온라인 스타로 떠올랐다. 특별한 장비 하나 없이 태연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총을 쏘는 그의 모습은 소셜 미디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전문 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1일 “튀르키예 올림픽 사격 선수가 바이럴 사진으로 밈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튀르키예의 유수프 디케츠(51). 올림픽 공식 SNS도 이날 김예지와 디케츠의 사진과 함께 ‘우리가 필요로 한줄 몰랐던 사격 스타들’이라며 이들을 조명했다.
디케츠는 셰발 일라이다 타르한(24)과 함께 지난달 30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10m 공기권총 혼성 결승전에서 세르비아를 상대로 14-16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디케츠와 타르한은 앞선 예선에서 582점을 쏘며 전체 1위로 결승에 진출,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결승에서 예선 2위 조라나 아루노비치, 다미르 미케츠(세르비아)와 접전을 벌였지만 막판 집중력에서 밀렸다.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디케츠가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았다. 장비가 전혀 없이 맨몸으로 무심하게 사격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디케츠는 경기 중 다른 선수들처럼 특수 안경이나 헤드셋 형태의 귀마개 등을 착용하지 않았다. 대신 일반적인 안경을 끼고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무심하게 표적지를 겨냥했다. 사격 선수 대부분은 소음을 차단하는 귀 보호 장비와 한쪽 눈의 시야를 가리는 특수 안경을 사용한다.
디케츠의 경기 사진과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고, 전 세계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았다. X(옛 트위터)에서 그의 사진 게시물은 2100만 뷰를 기록했다. 김예지의 사진을 보고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 없다”고 댓글을 달았던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디케츠의 사진에도 “좋다”는 댓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진짜 저격수 아닐까” “동네 아저씨 같은데 정말 멋있다” “장인은 도구가 중요하지 않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열광하고 있다.
1973년생인 디케츠는 ‘지덕체’를 두루 갖춘 인재다. 체육 코칭 석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튀르키예어에 영어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튀르키예 헌병대에 부사관으로 입대해 2000년 전역한 퇴역 군인으로, 2001년 헌병대 스포츠클럽에서 사격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참가해 이번이 5번째 올림픽인데 감격의 첫 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그는 유럽선수권에서는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유럽에서는 오랜 기간 수준급 사수로 이름을 떨쳤다. 올림픽에서는 인연이 없었지만 파리에서 첫 메달과 함께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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