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는 성산”…외국인 빠져나가도 TSMC 소액주주 역대 최대
대만 타이베이의 사무직 근로자 촹(31)은 자산의 70%를 반도체 제조기업 TSMC에 투자했다. TSMC 주가는 그가 투자를 시작한 2020년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촹에게 TSMC 투자는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촹은 “TSMC는 대만을 외국 입장에서도 도저히 잃어서는 안 되는 첨단 기술 공급지로 만들었다”며 “TSMC가 강해질수록 나는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TSMC의 올해 소액투자자 수가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며 그 이유로 대만인들의 애국심과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꼽았다.
대만 예탁결제공사 등에 따르면 1000주 미만을 보유한 TSMC의 소액투자자 수는 지난달 26일 기준 97만6400명으로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0년 10월까지만 해도 TSMC의 소액투자자 수는 19만명선이었다. 2022년 10월 90만명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 3월 60만명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급상승하고 있다.
TSMC의 소액투자자 비중은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TSMC의 주가 등락 여부와 무관하게 지분을 유지하는 투자자들이다. 올해 초 라이칭더 총통 취임 이후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며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갔지만 소액투자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며 TSMC를 떠받쳤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는 대만에서 ‘국가를 수호하는 성스러운 산(護國神山)’으로도 불린다”며 대만인들이 안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를 TSMC 주식을 사는 것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대만 TSMC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69%가 집중돼 있다. 중국과 미국이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대만은 미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대만에 방위비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TSMC 주가는 2%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해외투자자들은 TSMC 주식 58억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관련 수치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그러나 대만 현지인들의 투자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달 TSMC의 50주 미만 홀수 거래량은 전달보다 2배가량 높아져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기지 담보를 잡고 결혼자금 일부를 내서 TSMC 주식을 매수하는 사례도 나온다.
엔지니어 펑은 “TSMC가 실패하면 대만도 실패한다. 이 회사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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