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 기술로 美 해군 재건해야"…'세계 최강' 미군의 뜻밖 성찰
"동맹국 韓, 수준 높은 조선소 보유"…HD현중·한화오션 美 함정시장 진출 주목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미국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자격을 얻어 시장 진출에 나선 상황에서 미국 해군에 한국 조선업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전직 미 해군 고위인사의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미 해군성 차관을 지낸 세스 크롭시(Seth Cropsey) 요크타운연구소 설립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미 해군의 재건은 쉽지 않다'(Rebuilding the U.S. Navy Won't Be Easy)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크롭시 전 차관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유라시아 무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의 상선 통행이 사실상 봉쇄된 것을 언급하며 "수에즈 운하를 통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에즈 운하의 해상 교통량은 7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후티 반군을 제압하려면 향후 6개월간 미 해군과 공군의 공동작전 수행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미 해군은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미 해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2017~2021년) 최대 규모인 296척의 함선을 운용했으나, 이후 건조 능력 및 자금 부족으로 2032년까지도 300척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해군 함정들의 유지·보수가 지연되고 있고, 건조보다 퇴역 속도가 더 빠른 문제를 지적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유라시아 전역에 막강한 해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영국의 전례처럼 영향력이 급전직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롭시 전 차관은 미 해군력을 유지할 해법으로 'K-조선'을 지목했다. 그는 "미국은 동맹국의 지원을 받아 조선업을 재건시켜야 한다"며 "한국은 중소형 함정을 건조하는 수준 높은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고, 예산 내에 납기를 준수해 함정을 조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 해군 내 기술 인력 양성도 주문했다. 그는 "미국도 자체적으로 일부 함정을 건조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조선 전문 기술자들을 육성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15년 내에 미 해군 (기술) 인력이 완전히 도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돌리기로 정하고 군 주요 인사들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잇달아 파견한 가운데, 미국 유력 군사 전문가의 제언까지 나오면서 국내 조선소들의 미국 함정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연간 MRO 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미 수년간 미 함정 시장 진출을 위해 공들 들여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MRO 사업을 시작했고, 한화오션은 지난 6월 한화시스템과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의 글로벌 MRO 사업 전초기지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나아가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1일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aster ship repair agreement·MSRA)을 체결했다. 한화오션도 약 열흘 후인 22일 MSRA를 획득했다. MSRA 자격을 얻은 조선소는 향후 5년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다.
HD현대는 미국 조선 인력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미시간대, 서울대와 지난달 22일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내 조선 엔지니어 양성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협약은 같은 달 29일 미국 백악관 브리핑에서 '미국 해운 산업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 성과로 가장 먼저 소개되기도 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함정 세일즈'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 2월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을 직접 만나 HD현대중공업의 함정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직접 확인하고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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