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의장 '네 탓' 공방까지…울산시의회 의장선거 내홍 확전
이 의장 "당시 후반기 의장 도전 의사 분명히 밝혀…의회는 자리 나누는 곳 아냐"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불거진 갈등으로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내홍을 겪는 가운데,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기환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이성룡 의장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1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반기 의회가 한 달이 지나도록 정상 가동되지 못하는 것에 시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렇게 극심한 내홍과 진통을 겪게 된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신뢰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전제했다.
그는 "전반기에 의장과 부의장, 상임의원장을 선출할 때는 국민의힘 울산시당 당직자가 배석한 상태에서 원만하게 합의 추대했다"며 "합의 추대 핵심은 다선 중심과 지역 안배로 구성하되, 후반기에는 의장단이 모두 물러나는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기 중책을 맡았던 사람이 자연스럽게 물러남으로써 새로운 인물들의 역량과 능력이 발휘돼 지방정치 수준이 한단계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전반기 자리를 맡았던 사람을 그대로 돌려막기식으로 추천한 것에서 분란은 시작됐다"고 역설했다.
김 의원은 "(의원총회 결과를 번복하고 후반기 의장 선거에 출마한) 안수일 의원의 책임이 무겁다면, 먼저 신의를 짓밟고 의장단 선거에 나선 분들이 오늘의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인 만큼 그분들의 책임부터 묻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이성룡 후반기 의장과 그 측근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의장은 전반기에 부의장을 지낸 뒤 후반기 의장직에 도전했고, 일부 시의원들이 이 의장을 지지했다.
김 의원은 "의장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조정하고 중재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자리"라며 "전반기에 합의된 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빚어진 이번 사태에 저의 책임이 있다고 당에서 판단해 징계를 내린다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약속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의장에게 책임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 의장은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전반기 의장단을 구성할 때 저는 '후반기에 의장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당시 김기환 의장도 제 의사를 이해했는데, 지금에 와서 저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의회는 자리를 나누는 곳이 아니기에 당시 동료 의원들도 별 이견이 없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주장했다.
이번 내홍은 지난 6월 후반기 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20명은 의원총회를 열어 후반기 의장 내정자를 선출했는데, 당시 이성룡 의원과 안수일 의원을 후보로 두고 벌어진 표결에서 1∼3차 투표 모두 '10대 10' 동수가 나왔다.
이에 '결선투표 결과 득표수가 같을 때는 최다선 의원을 당선자로 한다'는 울산시의회 회의 규칙 조항에 따라 3선의 이 의원이 재선인 안 의원을 제치고 후반기 의장 내정자로 선출됐다.
그러나 의원총회 결과에 불복한 안 의원이 시의회에 의장 후보로 등록했고, 결국 본회의에서 치러진 의장 선거에서 이 의원과 안 의원은 다시 맞대결을 벌였다.
이 선거에서도 재적의원 22명이 3차에 걸친 투표에서 '11대 11'로 갈렸으나, 선수(選數)에서 앞선 이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를 뽑은 투표지 중 기표란에 기표가 두 번 된 투표지 1장이 발견됐고, 안 의원은 이를 근거로 의장 선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일련의 과정에서 책임이 있는 시의원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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