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 깊이 ‘백인우월’ 공화당, 어디까지 추락하려나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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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밀워키 현장 취재를 마친 지난달 19일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남아 미시간호를 보러 갔다.
공화당은 1964년 민주당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주도해 흑백 평등을 위한 민권법을 만든 것에 반발하는 남부 백인들과 손잡았다.
어쨌든 공화당의 본체에는 뼛속 깊이 백인우월주의가 있다.
사실은 '백인기독당' 정도의 이름을 가져야 제격인 당이 공화당이라는 이름을 계속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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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영 | 워싱턴 특파원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밀워키 현장 취재를 마친 지난달 19일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남아 미시간호를 보러 갔다. 호숫가에 민망할 정도로 지치고 여윈 모습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기단에는 위부터 차례대로 ‘대통령’, ‘해방자’, ‘순교자’라고 쓰여 있었다. 전날 밤 멀지 않은 곳에서 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던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이 떠올랐다. 링컨과 트럼프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둘 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을 지냈다. 트럼프도 연설 닷새 전 귀를 스친 총탄이 좀 더 머리 쪽으로 향했으면 ‘순교자’가 될 뻔했다.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 총회에 간 그는 자신이 “링컨 이래 흑인들을 위한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링컨의 공화당이 어쩌다…’라는 탄식이 나왔다. 이런 탄식에는 트럼프가 요행과 술수로 공화당을 접수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행적을 보면 그가 운 좋게 당을 장악했다기보다는 공화당이 트럼프를 필요로 했다는 생각도 든다.
1950년대 초반 매카시즘 광풍을 예로 들어보자. 20년 가까이 백악관을 차지하지 못한 공화당 지도부는 정부에 소련 간첩이 바글댄다는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주장이 헛소리인 줄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유용하니까 그를 밀어줬다. 미국은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1960년대 공화당의 ‘남부 전략’도 권력 쟁취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이들의 본색을 보여준다. 공화당은 1964년 민주당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주도해 흑백 평등을 위한 민권법을 만든 것에 반발하는 남부 백인들과 손잡았다. 공화당의 배타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색깔이 매우 짙어졌다. 공화당은 이때 북부의 지지 기반을 많이 잃고 남부를 얻은 대가로 이미 분명한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반이민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인종주의적 행태는 이렇게 면면한 흐름을 지녔다. 이제 흑백 차별을 공공연히 말하기 어렵고 그게 득표에도 도움이 안 될 테니까 반이민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어쨌든 공화당의 본체에는 뼛속 깊이 백인우월주의가 있다. 전당대회 구역에서 수많은 사람을 지켜봐도 비백인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는 단지 그것이다. 사실은 ‘백인기독당’ 정도의 이름을 가져야 제격인 당이 공화당이라는 이름을 계속 쓴다.
트럼프를 ‘성공한 매카시’로 보기도 한다. 아무나 공산주의자, 간첩으로 몰아간 매카시즘과, 어떻게든 가족과 살아보려고 험하고 먼 길을 와 국경을 넘은 사람들을 해충, 성폭행범, 살인자라고 부르는 트럼피즘은 원리가 같지 않은가. 그래서 트럼프는 별종이 아니라 공화당의 적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 현대 정치사에서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저급하고 적의가 가득한 표현과 극단적 대결을 무기로 쓴 1990년대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위한 찬조 연설을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깅그리치로서는 그런 수단으로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한 트럼프가 부러울 것이다.
언젠가 미국의 쇠락을 본격적으로 논할 때가 온다면 사람들은 공화당에서 한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싶다.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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