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여야 합의 물꼬…"좋은 결과 있을 것"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대한 합의 물꼬를 텄다. 야당이 정부·여당의 '경매차익 지급안'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내비친 가운데 정부도 사각지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야당 우려를 해소코자 대안을 적극 제시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일 국회 본관에서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국토소위)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8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지난 18일에 이어 여야가 두 번째로 머리를 맞댄 것이다.
국토소위 위원장인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이 경매 차익을 통해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정부·여당안)에 전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우려해 왔는데 정부가 피해자가 원하면 민간주택을 전세로 임대해 살 수 있는 방안을 새롭게 만들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경매를 통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인근 공공임대주택에서 살도록 하는 방안이 기존에 있었는데, 정부가 새롭게 대안을 만들어오면서 (야당에서) 우려하던 사각지대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본다"며 "큰 틀에서 논의를 이어가면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권 의원은 "오늘 유감스럽게 (국회 본회의 일정으로) 시간이 모자라서 논의에 시간이 부족했다"며 "다음에 지금 틀을 바탕으로 충분히 논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여야 모두 기본적으로 인내를 갖고 합의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생각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그간 '선 구제·후 회수'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한 뒤 추후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비용을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선 구제·후 회수 방안이 막대한 재정 소요와 국민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대신에 지난달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경매를 통해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발생한 차익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대책에 발맞춘 대안이다.
정부·여당안에 따르면 정부는 경매 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차감하고, 부족할 시 10년간 재정을 보조한다. 피해자가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시세 대비 50~70% 할인된 비용으로 10년 더 거주할 수 있다. 피해자가 피해주택에서 살기를 원치 않을 경우 인근의 공공임대주택을 구해주며, 바로 퇴거하길 원하면 배당액과 경매 차액을 돌려받고 퇴거할 수 있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은 '선 구제·후 회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사각지대에 대한 구제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조금씩 입장을 바꾸면서 논의가 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여야에서 각각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상정됐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안전운임제 재도입 및 영구화 법안과 정부·여당의 표준운임제 도입 법안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운임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해 도입됐다가 2022년 말 일몰됐다. 표준운임제는 차주와 운송사 간 법적 강제성은 유지하되, 운송사와 화주 간 법적 책임은 없는 자율제 방식이다.
표준운임제와 안전운임제의 가장 큰 차이는 화주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앴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화물차주에게 적정수준의 임금이 지급되도록 해 과로·과적·과속운전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의 근로여건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며, 안전운임제 도입 시 과도한 시장개입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법안소위 관계자는 "각 법안을 일회독하며 이견이 있는 사항들을 정리했다"며 "아무래도 각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의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보니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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