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권고사직…20년간 연체 없이 일했는데 빚만” 울먹인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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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직원들에게 울면서 사직을 권고했습니다. 곧 부도가 날 것 같아서."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컴퓨터부품 판매업체 대표 ㄱ씨는 1일 전자가전 업체들이 밀집한 서울 시내 한 상가 회의실에서 열린 티몬월드 미정산 피해업체 간담회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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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은행 ‘선정산 대출’ 확대 지적
“선정산 대출 이자부터 유예해야…
이대로면 다음달 부도 업체 속출”
“어제 직원들에게 울면서 사직을 권고했습니다. 곧 부도가 날 것 같아서….”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컴퓨터부품 판매업체 대표 ㄱ씨는 1일 전자가전 업체들이 밀집한 서울 시내 한 상가 회의실에서 열린 티몬월드 미정산 피해업체 간담회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티몬월드는 큐텐의 국외 물품 판매를 위한 국내 오픈마켓 사이트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셀러(판매자)들의 피해액만 800억~9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외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이른바 ‘역직구’를 하는 국내 도매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간담회는 신장식·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피해 상인들의 얘기를 현장에서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전자가전 상인들은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100억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판매상인은 “티몬월드에서 5월 14억원, 6월 18억원, 7월 17억원 등 석달 사이 50억원어치의 물건을 팔았지만 정산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20년 넘게 이 일에 종사하면서 연체 한번 안 하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졸지에 바닥으로 나앉게 생겼다“며 “이커머스 기업의 탐욕과 당국의 감독부실로 건실한 업체들이 망해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피해 업체 대부분은 일부 은행의 선정산 대출 확대로 피해가 커졌다고 토로했다. 선정산 대출은 판매상에게 대금을 선지급하고 매출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하는 단기 금융 상품이다. ㄷ씨는 “4월부터 에스씨(SC)제일은행에서 티몬월드로 선정산 서비스를 바꾸면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고 권유해서 따랐는데, 여기에 발목이 잡힐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현금이 부족한 업체들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며 “셀러들이 미정산 금액을 받는 채권자에서 이제는 외상매출채권의 채무자로 뒤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에스씨제일은행이 밝힌 선정산 대출 한도는 업체당 최대 20억원인데, 티몬월드 셀러에게는 세배까지 늘려줬다고 한다. ㄹ씨는 “결국 큐텐의 매출 늘리기와 은행의 대출 영업이 맞물려 판매업체만 빚을 떠안았다”고 성토했다.
지난 5월분 티몬월드 셀러 선정산 대출은 32건에 447억4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티몬이나 위메프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1건당 평균 대출액도 몇배로 많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에스씨제일은행이 티몬월드에 입점한 판매자들에 한해 선정산 대출 한도를 늘려줬다는 의혹에 대해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추가적인 내용을 점검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큐텐과 은행의 제휴 과정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는 당국 조사를 봐야겠지만, 적어도 큐텐 쪽의 재무 건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셀러들에게 대출을 부추긴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인들은 또 “대출 이전을 권고한 사실이 없고, 대출금 산정을 내부 절차대로 했다”는 해당 은행 임원의 설명에 또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상인들은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판매상인은 “결국 빚내서 빚 갚으라는 얘기 아니냐”며 “우리를 살리려면 선정산 대출 이자부터 유예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면 다음달 부도 처리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ㅇ씨는 “이번 사태로 파산했을 때 다시 먹고 살 수 있게 신용이라도 회복시켜달라”고 했다. 그는 “부도난 사람한테는 이게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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