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미스터리 DSR

이영태 2024. 8. 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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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역대로 가계부채로 시름하지 않은 정부는 드물다.

은행권 주담대에 한해 시행된 1단계에 이어 7월부터는 2단계로 은행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다.

7월 가계부채는 전달보다 더 폭증했고, 집값은 천정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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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역대로 가계부채로 시름하지 않은 정부는 드물다. 규제책은 날로 촘촘해졌다. 가장 먼저 도입된 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도입된 LTV는 집값 대비 대출 최대한도를 정해놓는 규제다. LTV가 70%라면 10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7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갚을 능력은 따지지 않는 게 맹점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도입한 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 DTI는 이자 상환액을 채무자 연소득으로 나눈다. DTI가 60%이고 연소득이 5,000만 원이면 주담대 원리금과 기타 부채 이자의 합이 연간 3,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그러니 LTV와 DTI를 동시에 적용하면 담보가치와 상환능력을 모두 고려해 대출한도를 규제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던 김수현 당시 국민경제비서관은 “DTI를 좀 더 일찍 도입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2018년 등장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DTI의 확장판이다.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따진다. 그만큼 더 두터운 규제다.

□ 올해 2월부터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간 ‘스트레스 DSR’가 시행됐다. 향후 금리 상승까지 고려해 대출한도를 정한다. 은행권 주담대에 한해 시행된 1단계에 이어 7월부터는 2단계로 은행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다. ‘스트레스 금리’, 그러니까 향후 금리 리스크도 더 높게 책정한다. 당연히 대출한도는 많이 줄어든다. 6월에만도 5대 은행 가계부채가 5조 원 넘게 불었으니 필요한 조치였다. 그런데 불과 닷새 앞두고 돌연 시행을 9월로 2개월 늦췄다.

□ 배경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당국자들은 ‘자영업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지원 때문’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한다. 영 설득력이 없다. 자영업자들이 두 달 동안 대출을 늘려 연착륙을 하라는 건지, PF 불안감 해소와 가계대출 규제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지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을 못한다. 7월 가계부채는 전달보다 더 폭증했고, 집값은 천정부지다. 지금이라도 2단계를 당겨서 시행할 법도 하지만 꿈적 않는다. 이 미스터리한 정책을 누가, 왜 밀어붙이는 건지 궁금하다. 훗날 감사원에서라도 꼭 따져보길 바란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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