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대부분 파산할 듯"···'티몬월드' 가전·디지털 판매자들, 눈물의 호소
"20년 넘게 일했는데 3개월 만에 파산 앞둬···"
“저는 회사 유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상품 판매할 자금도 없고, 직원 월급 줄 돈도 없고, 이젠 직원도 없습니다. 몇 십년을 일했는데···이번 사태로 단 3개월만에 부도가 날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로 파산한 사람들은 창피하지 않게, 자식들 먹여살릴 수 있게 신용이라도 회복시켜주십시오. 이건 절규입니다.”
“어제 울면서 직원을 전부 권고사직했습니다.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각자의 운명은 서로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업체 대부분이 파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티몬월드 등에서 디지털가전을 판매해온 업체 대표 20여명이 미정산 피해 규모와 현재 상태를 알리기 위해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정부에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1일 서왕진·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서울의 한 디지털기기 판매업체에서 티몬월드 입점셀러 대표 20여명과 함께 ‘티몬월드 미정산 사태 관련 디지털가전 피해 업체 현장간담회’를 진행했다. 티몬월드는 티몬이 큐텐의 상품 및 서비스와 결합해 만든 글로벌 쇼핑 플랫폼으로, 티몬과 사업자등록번호 및 대표이사가 같다. 현재는 ‘티몬 비즈 마켓’으로 상호명을 변경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판매자들은 티몬월드에 입점해 가전·디지털 기기를 판매하다 지난 5월 매출분부터 단 한차례도 정산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업체당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140억 원 가까이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디지털 기기는 상품 가격대가 높은 만큼 피해 금액도 훨씬 컸다.
이 같은 상황에 판매자들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줄도산이 현실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산 미지급으로 파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한 판매자는 “정부는 현재 우리가 이 상황에서 어느 정도 버틸 거라고 예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다음 달부터 당장 부도가 이어질 것 같다”면서 “당장 이달부터 직원들을 전부 줄줄이 권고사직하고 있는데, 우리가 정부의 수혜를 받아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황 파악이 아직 안 된 것 같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판매자 역시 “정부의 (셀러 대출 연장 및) 이자 지원 정책이 한심하다”고 비판하면서 “물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는 금액이 너무 크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지급이 있어야 회사가 돌아갈 수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유지 못하고 곧 부도날 거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20~30년 넘게 일한 사람들이 단 3개월 만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판매자들은 현재 정부가 내놔야 할 현실적인 대책은 “티몬 사태로 파산한 사람들의 신용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판매자들은 “파산했을 때, 자식들 먹여살릴 수 있게, 창피하지 않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회생 절차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판매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티몬월드 입점업체를 상대로 한 SC제일은행의 선정산 대출 상품에 문제가 많았다고도 지적했다. 선정산 대출은 셀러에게 대금을 선지급하고 정산일에 플랫폼이 정산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운전자금 대출 상품이다. 티몬월드의 선정산 대출은 SC제일은행만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이 티몬월드에 대한 선정산 대출 한도를 과도하게 높여줬고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상황에서 채무자가 된 셀러들이 대출 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셀러들의 설명이다.
한 디지털기기 제품 셀러는 SC제일은행이 티몬에 대한 기업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며 “선정산 이자는 받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현재 SC제일은행에서 선정산 대출 상품을 이용한 업체는 약 100곳으며, 피해 규모는 약 1000억 원 정도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 측은 “다른 은행들은 신용평가 후 티몬월드에 대한 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음에도 SC제일은행만 상품을 만들고, 판매자들의 이용 대출 한도를 높여준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쇼핑몰은 적자를 유지하는 상태였다”며 “그렇기에 재무현황보다는 쇼핑몰의 업력, 시장 점유율 등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신장식 의원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돈은 국가를 위한 투자, 셀러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비용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 "정부 인사들의 태도와 현장 피해 상황 간 간극이 커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 대출 상품을 취급한 은행에 대해 영업 과정 등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SC제일은행의 영업 정책에 대해 점검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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