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사플롭스로 진화하는 슈퍼컴… 美·中 `그들만의 리그`

유진아 2024. 8. 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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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등장에 존재감 커져
韓 13대뿐… 글로벌 순위권 밖
전문가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

슈퍼컴퓨터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여겨지면서 세계 각국의 경쟁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상대보다 계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를 보유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슈퍼컴퓨터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강대국들의 슈퍼컴퓨터 전쟁의 뒤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기도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유이하게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확보하며 '그들만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생성형 AI 등장으로 존재감 더 커진 슈퍼컴=슈퍼컴퓨터는 '당대의 컴퓨터 중 가장 빠른 계산 성능을 갖은 컴퓨터'를 의미한다. 다만 이런 정의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시대에 따라 슈퍼컴퓨터의 성능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슈퍼컴퓨터의 활용 분야는 해킹, 테러 위협 예방, 항공기 비행과 충돌 시뮬레이션, 경기와 주가 예측부터 암 치료, 자연재해 예측, 청정 연소 가솔린 엔진, 핵 연구 등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챗GPT 등장으로 생성형 AI 개발 열풍이 불면서 슈퍼컴퓨터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AI 대규모 학습에 슈퍼컴퓨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이 슈퍼컴퓨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페타플롭스(PF)로 주로 측정한다. 플롭스는 1초에 수행할 수 있는 연산의 수를 가리키는 단위다. PF는 약 PC 10만 대 정도를 합친 능력으로 1초에 1000조 번을 연산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PF를 넘어선 엑사플롭스(EF)급 슈퍼컴퓨터들도 나오고 있다. EF는 PF보다 1000배 빨라 1초에 100경 번의 계산이 가능하다. 1년에 두 차례 슈퍼컴퓨터 전문가 집단인 비영리단체 톱500이 발표하는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미국 한 곳뿐이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Frontier)'가 최초로 엑사플롭스를 넘겼다. 이어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오로라'가 1.012엑사플롭스를 기록하며 엑사스케일의 장벽을 넘은 두 번째 슈퍼컴퓨터가 됐다.

◇중국vs미국 그 승자는?=지난 몇 년간 슈퍼컴퓨터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엎치락뒤치락해 왔다.

공식적으로는 미국이 선두지만 중국이 개발과 활용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2017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두 대를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2022년 선두 자리를 탈환한 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이 자국 슈퍼컴퓨팅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더이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미국의 진정한 선두 탈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의 슈퍼컴퓨터 관련 정보가 점점 은밀해지고 있다. 관련 정보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 6월 발표된 톱500 목록을 보면, 중국의 슈퍼컴퓨터는 전체 슈퍼컴퓨터 500개 중 80개뿐이다. 2020년 조사 때 중국 슈퍼컴퓨터가 총 228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매우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며 "톱500 순위에 올린다는 것은 각국 정부가 기업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과시하기 위한 경향도 있는데 중국은 그럴 필요성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해 순위에 집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요즘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대의 엑사급 슈퍼컴퓨터 모두 톱500에 올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아직 갈 길 멀어=한국은 글로벌 슈퍼컴퓨터 경쟁에 한참 뒤처져 있다. 톱500에 따르면 한국은 13대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해 국가별 보유 순위 기준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톱1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네이버의 슈퍼컴퓨터 세종이 25위로 가장 순위가 높다. 톱500에서는 지난해보다 세 계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선 가장 순위가 높았다.

각국이 고성능 슈퍼컴퓨터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주춤한 상황이다. 기술과 자본, 정부의 의지 모두 주요 국들에 밀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슈퍼컴퓨터 개발에 국가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슈퍼컴퓨터 개발 계획을 수립하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라며 "슈퍼컴퓨터는 기초·공학용 연구,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할 수 있어 국가 경쟁력이나 안보 등에 매우 깊숙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국가 주도의 투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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