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보고…윤석열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이르면 2일 본회의 표결 예상
8월 ‘방송 장악 국정조사’ 추진
야당 공세에도 윤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이 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곧바로 본회의에 보고됐고 이르면 2일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시도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개혁신당을 제외한 5개 야당과 공동으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우선 이 위원장이 임명 당일(7월31일) 김태규 상임위원과 함께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의결하는 등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현직 이사 일부가 이 위원장 기피신청을 했지만, 당사자인 이 위원장이 불법으로 의결에 참여해 이를 기각했다는 점도 탄핵 사유로 제시됐다.
이 위원장이 MBC 간부로 재직하면서 노조를 탄압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편향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 지원자의 서류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면접 절차를 생략한 채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강행 처리했다는 점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되면 표결은 최소 24시간 이후 가능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르면 2일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탄핵소추안 발의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이번 의결은 명백한 날림, 졸속, 위법”이라며 “공영방송 장악을 멈출 생각이 없는 윤석열 정권에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국회가 이 위원장 탄핵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독재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며 “공직 부적격자이자 수사 대상인 이진숙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 강행했고, 이 위원장은 임명되자마자 불법적 2인 구성 상황에서 KBS와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 탄핵과 함께 8월 임시국회에서 ‘방송 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2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방통위 활동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현재 방문진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오는 12일 안에 국정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만 국정조사는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관련 상임위원회를 조사위원회로 지정해야 가능하다. 민주당은 앞서 과방위를 조사위로 지정해달라고 우 의장에게 요청한 바 있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정조사) 공은 의장실로 넘어갔다”며 “의장이 결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김현 의원도 “여야 합의가 안 될 땐 표결로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을 포함한 야7당은 이날 오후 우 의장과 1시간가량 면담하며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우 의장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이) 숙고의 시간을 갖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도 국정조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국정조사 시기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공세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에게 “고생 많으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이 위원장 엄호에 나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도대체 어떠한 탄핵 사유가 있길래 불과 몇 시간 근무한 것으로 갖고 탄핵을 한단 말인가”라며 “답을 정해놓고 ‘묻지 마 탄핵’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탄핵이 의결되고 방통위원장 권한이 정지된다면 야기되는 행정 마비는 민주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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