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의대 재인증' 갈등 고조…의평원 지정 취소까지 가나
앞서 5월 의평원 지위 재지정하면서 사전 심의 요구
의평원, 불복 시사…"교육부에 이의신청, 법령 위배"
지표 확정하면 1주 내 제출 의무…보완 지시 가능해
이번 보완 지시 불복시 재지정 취소 법적 근거 충족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학들 사이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증원 의대 재평가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재평가 지표에 대한 감독권 행사를 예고한 교육부의 향후 절차에도 관심이 모인다.
교육부는 앞서 의평원에 재평가 지표를 바꾸기 전 사전에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의평원은 이의를 제기했다며 불복할 분위기다. 이대로 지표가 확정되면 의평원은 1주일 이내 교육부에 알려야 하고, 교육부는 보완을 지시할 수 있다. 이에 불복하면 의평원은 최악의 경우 인증평가 기구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의평원의 10% 이상 증원 의대에 대한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변화계획(재인증) 평가' 지표에 대한 심의를 예고했다.
교육부는 당일 출입기자단을 통해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학 의견 등을 바탕으로 주요변화평가 계획안을 심의해 결과에 따라 이행권고 또는 보완지시를 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냈다.
전날 홍원화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경북대 총장)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이 돌아오기 전에 평가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의총협은 현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등에 보낼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의총협의 입장은 곧 '대학 의견'으로,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의평원이 결정한 증원 의대 30곳 대상 재인증 평가 지표를 심사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보다 앞서 교육부는 의평원에 증원 의대 재평가 지표를 확정하기 전에 자신들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요구한 바 있다. 의평원은 공교롭게도 올해 인정기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평가를 받았는데, 교육부는 지난 5월 의평원을 재지정해 주면서 재인증 평가 지표를 변경하기 전 사전 심의를 받으라는 조건을 단 것이다.
의평원은 대통령령인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인정기관으로서 의대의 교육 질을 평가할 권한을 교육부로부터 부여 받았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의평원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의평원 측은 교육부의 재인증 평가 사전 심의 요구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평원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설명회에서 교육부 요구에 불복한 이유에 대해 "민간 자율기구로 설립된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공정하게 의대 평가 인증을 수행하는 게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령으로 우리가 주요변화 계획서를 포함해서 (평가)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할 시에는 사후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며 "(교육부 요구가) 법령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어 이의 신청을 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의평원이 요구에 불복한 것만으로는 현행 법령에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의평원 측이 주장한 것처럼 주요변화계획 지표가 그대로 확정되면, 이제는 의평원이 심사를 받을 의무가 생긴다.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제6조 7항은 '인정기관은 평가·인증의 기준·방법 및 절차 등을 변경하거나 평가·인증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단 또는 폐지할 때에는 결정 후 1주일 이내에 그 사실을 교육부 장관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평원은 아직 증원 의대 대상 재인증 평가 지표를 확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도 아직 평가 지표에 대한 사전 심의를 요청하거나, 지표를 확정했다는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이 교육부 관계자 설명이다.
의평원은 대학들에게 오는 31일까지 재인증 평가 신청서를 접수 받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지표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교육부는 지표를 제출 받으면 산하 인정기관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대학들이 어려움을 토로했던 재인증 평가의 과도한 평가지표 양적 확대(15개→51개)나 학생 증원에 따른 교육 질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지표 등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는 이를 근거로 의평원의 재인증 평가가 인정기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을 어겼다고 판단해 '보완 지시'를 할 수 있다.
교육부 고시인 '고등교육 평가·인증 인정기관 지정기준'은 '공정하고 일관된 평가·인증 판정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을 인정기관의 기본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내려질 보완 지시는 의평원이 반드시 이행을 해야 한다. 보완을 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제7조의3에 근거해 의평원에 대한 재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의정갈등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의평원에 대한 인정기관 지정 취소 절차로 돌입하는 것은 갈등을 더 심화 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의평원도 의대에 대한 '불인증'을 예단하지 않고 있으며 교육부도 입장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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