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신용회복이라도 해달라"…티몬월드 피해만 1000억원 추정
"어제 직원들을 모두 다 권고사직 처리했습니다." 티몬 해외직구 플랫폼인 '티몬월드'의 입점 판매자들이 '티메프' 사태로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며, 최소 재기를 위해 신용회복이라도 시켜줄 것을 호소했다.
1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티몬월드(티몬 해외직구 플랫폼) 미정산 사태 관련 디지털가전 피해 업체 현장 간담회'에 모인 20개 업체 대표들은 "20년 열심히 일하며 살았는데 단 3개월만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파산할 것 같다. 다시 일할 수 있게 신용을 회복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피해자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 대표들이었다. 티몬월드는 티몬이 큐텐의 해외직구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워 이와 시너지를 내겠다며 개설한 플랫폼인데 여기에서도 미정산금이 발생하고 있는 상태다.
이 자리에 모인 판매자들은 적게는 20억, 많게는 140억원이 티몬월드에 물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판매자 피해액의 총합만 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SC제일은행의 선정산 대출 상품인 '파트너스론'이 판매자들의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티몬이 선정산 대출 은행으로 대출한도를 높인 SC제일은행 파트너스론으로 갈아타게 했다는 것이다.
선정산 대출은 긴 판매대금 정산주기 때문에 판매자들에게 필요악이 된 서비스다. 정산주기가 도래하기 전에 약정을 맺은 은행으로부터 판매금액을 미리 받아쓸 수 있는 서비스다. 판매자들은 SG제일은행이 지난 3월부터 티몬월드에만 유독 파트너스론 대출한도를 타 온라인마켓(20억원)보다 3배 넘게 올려(65억원) 적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판매자는 "티몬·위메프에서 매출을 많이 일으키는 기업들, 그러니까 건실한 기업들에 대한 화이트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들 기업들을 대상으로 SC제일은행과 티몬이 티몬월드에서 판매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권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 4월에 선정산 대출을 넣어 주면서 티몬월드로 이전할 것을 티몬이 적극적으로 장려했고, 이를 계기로 저는 판매 비중 자체를 타 플랫폼보다 티몬월드에 많이 두게 됐다"면서 "또 4월에 파트너스론을 계약하고, 5월부터 매출이 많이 발생했는데 5·6·7월 판매정산금이 한번도 안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선정산 대출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티몬 측에서 저보고 화이트리스트에 꼭 포함돼야 한다면서 파트너스론 가입을 유도했다. 이제와서 SC제일은행은 저보고 '연체자'라고 한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작년에 티몬에서 물건을 판매하며, 선정산 대출한도 20억 내에서 선정산을 받아 쓸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면서 "그런데 SC제일은행에서 찾아와 4월에 티몬월드로 옮기면 3주차부터는 한도가 3배로(매출치의 3배)로 불어나니, SC제일은행으로 선정산 대출을 옮겨주면 안되겠냐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호경 SC제일은행 중소기업금융 담당 상무는 "그런 식으로 영업을 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내부에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SC제일은행은 파트너스론이 티몬월드 판매자만을 겨냥해 설계된 상품이 아니며, 대출한도를 늘린 것은 우량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상무는 "티몬월드 이외에도 제휴된 쇼핑몰이 6곳이 있고, 여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판매자의 총합산 매출액을 바탕으로 한도를 드리고 있다. 판매자는 그 안에서 (선정산 대출을 받을)플랫폼을 여러 개 선택해서 쓸 수 있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함께 나온 이길호 SC제일은행 SME상품전략 담당 이사는 "선정산 대출 서비스를 한 지 5년이 됐다. 첫 상품 출시 때 과거 3개월 매출액의 3배로 적용해서 시작했다가, 중간에 1.5배로 낮췄다"면서 "그러다보니 우량고객들의 한도증액 요청이 많았고, 그래서 월매출 10억 이상인 우량셀러 대상으로 프로그램 론칭을 해야하나 고민했다. 전자상거래업 특성상 우량고객들이 매출 단가가 높은 전자업종, 디지털 가전 업종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미정산 상태로 인한 선정산 대출 피해 규모는 10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길호 SC제일은행 이사는 "선정산 피해 규모(선정산 대출 잔액)는 은행에서 파악한 것이 1000억원 정도 된다"면서 "이는 5, 6월 선정산 금액이 아니라 9월말까지 돌아오는 전체 금액으로 말씀을 드린 것이며, 선정산 대출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100여개"라고 설명했다.
이제 판매자들은 파산 이후의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한 판매자는 "티몬월드에서 받을 돈이 5월 14억, 6월 18억, 7월 17억이다. 40억 되는 돈을 한푼도 못받고 있다. 어제 직원들 권고사직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저는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부도가 난 사람들에 대한 개인회생, 파산에 대한 특별 면제권을 주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지원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20년, 30년 열심히 일해 온 삶이 단 3개월만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어 "파산 이후 신용회복을 할 수 있게 해달라. 그렇게해서 무슨 일이라도 해서 자식들 먹여 살릴 수 있게 해달라"며 "다시 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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