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쑨양도 못한 것… 아시아 한계 넘었다, 中 판잔러 100m 금메달, 황선우도 할 수 있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땅과 물에서의 최고를 가리는 육상과 수영의 단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겼다. 아무래도 신체 조건이 좋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육상 100m나 수영 100m에서 아시아 선수들은 오랜 기간 그 문을 두들겼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영에서는 비교적 단거리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들의 금메달이 제법 나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마린 보이’ 박태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수영의 영웅 쑨양이 대표적이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당시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모두 은메달을 획득했다. 쑨양은 말 그대로 수영 역사에 남을 만한 선수다. 쑨양은 2012년 런던 대회 당시 자유형 400m와 자유형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400m 자유형에서 은메달, 2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에서 통산 금메달만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다.
하지만 이들도 100m의 벽은 좀처럼 돌파하지 못했다. 아시아 선수로 1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아시아 수영 역사에 새 획이 그어졌다. 중국 수영의 신성이자 간판으로 성장한 판잔러(19)가 파리 대회에서 드디어 자유형 100m 금메달을 따내며 역사를 썼다. 금메달은 물론 파리의 기록 가뭄을 깨끗하게 해소하는 세계 신기록까지 썼다.
판잔러(중국·19)는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6초40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세계 신기록과 함께 파리 대회 100m 우승자가 됐다. 이번 대회 수영 첫 세계 신기록이다. 파리 라데팡스 아레나는 전용 수영장이 아니다. 수영장을 새로 짓는 것 대신 기존 시설에 물을 채웠다. 그래서 수심이 국제수영연맹이 권장하는 2.5~3m에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올해 파리 대회 기록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판잔러가 이를 비웃듯이 100m에 괴력을 과시한 것이다.
말 그대로 시작부터 끝까지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시작부터 스퍼트를 올리며 치고 나갔다. 첫 50m를 22초28에 주파했다. 50m만에 경쟁자들과 차이가 꽤 벌어졌다. 오버페이스 우려가 있었으나 이를 일축했다. 경쟁자들이 따라오는 가운데에서도 페이스가 특별히 처지지 않으며 남은 50m를 24초12로 끊었다. 세계 신기록이 쓰이는 순간이었다.
판잔러의 레이스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는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해 결선까지 고르고 고른 선수들인데도 판잔러의 기록보다 한참을 못 미쳤다. 2위 카일 차머스(호주·47초48)와 차이가 무려 1초08이었다. 100m에서 1초 차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차머스와 3위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47초49)의 격차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선수들이 레이스를 못 했다기보다는 판잔러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판잔러의 역영 속에 이번 대회 자유형 200m 금메달 리스트인 포포비치는 2관왕 도전에 실패했다.
판잔러는 중국 수영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선수이자 우리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극복해야 할 선수로 떠올랐다. 판잔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코로나19 사태로 2023년 개최)에서 남자 자유형 100m, 계영 400m, 혼계영 400m 금메달을 따 3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2023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중국의 혼계영 400m 은메달 주역 중 하나였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도 컨디션이 좋아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 후보로 분류됐다.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 자유형 100m, 계영 400m·800m, 혼성 계영 400m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4관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대에 사실 못 미쳤다. 올림픽이 첫 출전이라 그런지 기록이 저조했다. 긴장 탓이라는 안타까움이 쏟아졌다. 판잔러는 남자 자유형 200m에서 22위라는 충격적인 성적에 그쳤다. 사실 기록이 22위를 할 선수는 아니었기에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남자 계영 400m와 800m에서도 아깝게 메달에 실패했다. 400m에서도 4위, 800m에서도 4위였다. 메달까지 딱 한 계단이 모자랐다. 하지만 주 종목인 자유형 100m에서 세계 신기록이라는 압도적인 레이스와 더불어 금메달을 따며 결국 끝에 웃었다.
자신이 가진 세계 신기록을 앞당겼다. 종전 남자 자유형 100m 세계 신기록은 판잔러가 올해 2월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계영 400m에서 첫 영자로 나섰을 때 작성한 46초80이었다. 이를 0.4초 앞당겼다. 당시 계영에서 작성하기는 했으나 규정상 계영의 경우 첫 영자가 100m를 헤엄 쳐서 기록을 세우면 이를 인정한다. 이에 판잔러는 세계 기록 소유자로 우뚝 섰는데 6개월 만에 자신의 기록과 세계 신기록을 단축한 것이다.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1932년 미야자키 야스지(일본) 이후 무려 92년 만이다. 92년 동안 아시아 선수들은 신체조건에서 밀리며 자유형 100m에서는 좀처럼 금메달의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사실 100m는 레이스 운영이나 지구력보다는 순간적인 폭발적인 스퍼트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키가 크고 몸에 힘이 좋은 서양 선수들이 매번 강세를 보였다. 근래 들어 중국과 한국 선수들을 중심으로 체격이 좋아지면서 100m의 벽을 깨기 위한 도전자들이 여럿 등장했으나 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판잔러가 쾌거를 쓴 것이다.
사실 중국 수영은 도핑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수영 영웅이라는 쑨양 역시 도핑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쑨양은 2014년 중국선수권 출전 도중 진행된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돼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혈관확장제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결국 중국 반도핑기구는 3개월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쑨양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지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에 금지 약물이 모르게 들어가 있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최고의 수영 스타의 도핑 적발에 전 세계가 ‘중국 선수들은 약물을 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쑨양은 도핑 검사관들과 자주 충돌하는 등 이미지가 곱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따낸 2016년 리우 대회에서의 금메달도 그 가치가 희석됐다. 박태환도 도핑 의혹이 있어 도핑이 아시아 수영으로 번진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중국을 보는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2021년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 당시에도 중국 수영 대표팀의 도핑 의혹이 있었다는 보도가 꾸준하게 나왔다.
하지만 판잔러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도핑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세계 대회에 자주 출전하면서도 도핑에 적발된 적이 없고, 또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도핑 관련 이슈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의심할 만한 여지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괴력의 세계 신기록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판잔러의 올림픽 금메달은 세계 대회를 통해 친분을 많이 쌓은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에게도 희망을 준다. 두 선수는 나이도 비슷하고, 출전하는 종목도 많이 겹쳐 친분을 과시해왔다. 특히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남자 자유형 200m 직후가 감동이었다. 당시 금메달을 딴 판잔러는 2위로 레이스를 마친 황선우의 팔을 번쩍 치켜세웠다. 황선우에 대한 친분 표현이자 존중이었다. 사실 서로라는 좋은 라이벌이 있었기에 서로의 기록도 더 단축될 수 있었던 부분이 있다.
황선우는 당시 “판잔러 선수가 굉장히 슈퍼스타다. 저와 함께 손을 들어줘서 많은 팬분의 함성을 들어서 굉장히 기분 좋았다”면서 “엄청난 기록, 46초 9라는 기록을 아시아 최초로 찍어낸 선수이기 때문에 그 기록은 존경받을 위치가 마땅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멋있어 보이는 선수이면서 약간 친근한 동생, 장난스러운 동생이다”고 했다. 판잔러도 “황선우는 저의 우상이고 제가 줄곧 배우려고 노력해 왔던 목표이기도 했다. 숭배하고 존경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태환, 쑨양, 그리고 판잔러까지 동양 선수들도 100~400m를 정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최근 올림픽 무대에서 드러나고 있다.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 황선우로서도 판잔러의 역영을 보며 또 하나의 동기부여를 키울 수 있게 됐다. 4년 뒤 LA 대회까지 두 선수가 벌일 선의의 경쟁과 그 경쟁이 가져올 아시아 수영 또한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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