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차 타야”…금리 줄인상에도 주담대 7.6조 증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억제 정책의 하나인 ‘스트레스 디에스알(DSR)’ 2단계 적용을 돌연 연기한 가운데, 은행이 가산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며 ‘대출 죄기’에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1일 은행권 설명을 종합하면, 국내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의 7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552조1526억원)과 비교해 한달 만에 무려 7조5975억원이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증가하던 주담대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소폭 감소(4494억원)했으나, 4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담대 증가 폭은 4월 4조3433억원,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 7월 7조5975억원 등으로 2분기 이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주담대를 포함하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중 7조1660억원 늘었다. 역시 증가 폭이 6월(5조3415억원)보다 커졌다.

가계대출 급증세의 배경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이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원래는 7월 초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스트레스 DSR의 2단계 적용을 9월 초로 두달 연기하면서 ‘대출 막차를 타자’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정책 수정으로 혼란을 야기한 정부는 가계부채가 증가세로 돌아서자 지난달 시중은행을 긴급 소집하는 등 “대출 억제”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7월부터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달에도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5∼0.30%포인트, 전세자금대출(고정금리 2년) 금리를 0.10%포인트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7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다만 은행들의 자체적인 금리 조정으로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내리는 영향으로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가산금리 조정의 효과 역시 상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