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후 두 달여 만에 열린 국방위···여야 ‘정신나간 국민의힘’ 김병주 발언 두고 공방

박하얀 기자 2024. 8. 1. 15: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국방위 간사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석을 향해 손짓하며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신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7월2일 국회 대정부질문)으로 개의가 무산됐던 국회 국방위원회가 1일 개원 두달여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상임위가 열리지 않은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국군 정보사령부 기밀 유출 등 현안을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갔다.

국방위 야당 간사로 선임된 김병주 의원은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정신나간 국민의힘’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는 국민의힘의 요청을 재차 거절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본래 국방위 전체회의는 7월3일 열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전날 (김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하자, 김 의원은 “정신나갔으니까 나갔다고 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김 의원은 여당 의원들을 겨냥해 “본인을 방탄하고 대통령실을 방탄하기 위해 그런 것(회의를 열지 않은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임 의원(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인 지난해 8월2일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약 20초간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 의원은 “국방위원장과 양당 간사는 (국방위가) 두 달 동안 열리지 않은 책임을 지고 동시에 사퇴하자”고 제안했다.

여당 의원들은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 의원은 “(김 의원의) 그 발언은 실수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의도된 시나리오대로 이뤄진 것”이라며 “부끄럽지 않냐”고 질타했다. 이에 김 의원이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고성이 오갔다.

군 장성 출신인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을 겨냥해 “매우 존경받던 장군이셨는데, 정치라는 것이 어떤 것이길래 사람을 저렇게 변하게 하는지 안타깝다”며 “정체성을 가진 여당 전체를 그렇게 매도하는 것을 야당 위원들께서 변호해주실 것이 아니라, 안보에 있어서는 여야가 없는, 북한의 주적이 명확하게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국방위원들만큼은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국방위원들이 3일 성일종 위원장이 개의를 취소한 국회 국방위 회의실에서 모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야당 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기밀 유출 사실이 인지된 지 6개월이 넘었다는데 그동안 군에서는, 보안사에서는 뭘 한 거냐”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군 기강 해이가 많이 풀렸다는 지적도 지금 나온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가 최고기밀이 적에게 다 노출돼도 쉬쉬하는 것이라면 ‘가짜 보수’ 소리를 듣지 않겠나”라고 맹공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사건이 터지니, 사후약방문도 못 되는 간첩법을 집권당이면서 법사위에서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도로 야당이 반대한 법이라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우기고 있다”라며 “이것이 적반하장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사과를 상임위 개의 요건으로 내세운 여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공사 구분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질타했고,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금 김병주 위원의 사과 문제가 급한지, 국방 위기 현안에 대해 국회로서 따져볼 일이 급한지 판단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김 의원에게 사과를 요청하는 한편 상임위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 8·18 전당대회 전까지는 다른 의원이 야당 간사를 임시로 맡는 안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 의원은 ‘정신나간 국민의힘’ 발언을 자신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내세우고 있다. 성 위원장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해치거나 상대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 격한 발언들은 우리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위는 이날 민주당·국민의힘 간사로 각각 김병주·강대식 의원을 선임했다. 성 위원장은 소위 구성 안건도 처리하려 했으나, 22대 국회 의석수를 반영해 야5 대 여3의 비율로 구성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에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방위 첫 업무보고 기관은 국군 정보사령부 기밀 유출 사건의 중심에 있는 국방정보본부와 정보사령부 등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체회의엔 국방부를 포함해 국방위 소관 기관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