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 통합 퍼즐 맞추나…셀트리온제약 합병, 주주가 변수
두 회사 주주 셈법 달라 찬반 팽팽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셈법이 다른 두 회사 주주들의 여론이 합병 성사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앞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한 바 있다.
1일 업계에선 셀트리온그룹으로선 이번 2단계 합병이 1단계 합병보다 더 넘어야 할 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 주주와 셀트리온제약 주주 각각의 셈법에 따른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전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양사에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를 각각 설립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 합병하는 것은 셀트리온그룹 통합안의 마지막 퍼즐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1단계 합병을 이루고, 2단계로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바이오 의약품 개발과 유통 사업을 각각 맡았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작년 합병해 출범한 게 현 셀트리온이다. 2단계 합병 대상인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은 케미칼 의약품(합성의약품)의 생산과 국내 판매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에 대한 주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주주 대상 설문조사를 지난 31일부터 오는 12일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이는 셀트리온그룹 합병의 첫 관문이다. 이번 합병 추진에서 주요 변수는 셀트리온 주주들이다. 많은 주주가 주식 대신 반대 매수청구권 행사를 선택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셀트리온이 지난 3월 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셀트리온 총발행 주식 수 중 소액주주 보유 주식 비중이 61.24%에 달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가 인수합병(M&A)을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신의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셀트리온제약 일반 주주들에선 합병 찬성 목소리가 크고, 셀트리온 주주들은 반대 목소리가 더 큰 분위기다. 작년 1단계 합병 당시 셀트리온 주주들의 합병 찬성 목소리가 컸던 것과 대조적이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반대하는 것은 주주 가치 훼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는 “합병 시 시총 기준 주식 수량 증가로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가치가 동등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는 시점인 것도 이유로 들었다. 7월 기준 셀트리온의 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에 비해 셀트리온제약의 가치가 약 3.6배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매출 격차에 비해 각 사의 주식가격 차이가 훨씬 적다는 얘기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는 “작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의 경우 분식회계 논란 해소, 제조와 판매 일원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등 당위성이 존재했지만, 이번 합병은 어떤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셀트리온과의 합병에 따른 기업가치·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합병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를 기대하고 주식 매수에 나선 주주들도 많다. 하지만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의 반대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면서 이날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전일 대비 7%가량 하락했다.
셀트리온그룹이 합병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이유는 ‘바이오’와 ‘케미칼’의 통합이다. 그룹은 1단계 합병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생산과 바이오 의약품 해외 판매를 한 회사로 모았다. 2단계 합병에서 케미칼 합성의약품 생산까지 모아 글로벌 생명공학 기업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게 ‘통합 셀트리온’의 비전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사업 통합을 통해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삼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 ADC는 면역 단백질인 항체에 항암 화학 약물을 붙여 암세포를 표적해 치료하는 기술이다. 항체(미사일)에 항암제(폭탄)를 연결해 암세포만 타격해 유도미사일로 비유된다.
셀트리온그룹이 현재 개발 중인 ADC 신약 파이프라인은 6개로 알려져 있다. 그룹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통합을 통해 ADC 신약 개발 성과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합병으로 인한 사업의 상호 보완 효과와 국내외 판매 통합 같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돼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셀트리온그룹도 주주들 간 견해차가 큰 상황을 감안해 양사 주주들의 절대적인 동의를 받아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가 원하는 합병이 전제”라며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일정 규모를 넘을 경우, 주주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요인이 되지 못하고 큰 주식매수청구권 비용 부담까지 발생해 합병이 오히려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셀트리온홀딩스는 합병 추진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가 종료된 후 다수 주주 의견에 맞춰 찬성·반대 의견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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