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어렵다면 해체하고 비틀자...코미디가 된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처럼

김소연 2024. 8.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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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알바의집, 배로나르다'.

아일랜드 태생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잘못 쓴 게 아니다.

"오래 사랑받은 명작은 어떻게 해체해 재구성해도 묵직한 메시지는 늘 그대로 남는다. 여성이 감금당하다시피 생활한 원작의 배경과 알바생들의 삶이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게 극단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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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알바의집, 배로나르다'
고전의 해체·재구성으로 눈길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알바의집, 배로나르다'.

아일랜드 태생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잘못 쓴 게 아니다. 올해 하반기 무대에 오르는 신작 연극의 제목들이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이해도와 재미를 올린 게 특징이다.


어려운 베케트, 코미디로 다시 보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에스터를 맡은 이순재와 밸을 맡은 카이. 파크컴퍼니 제공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는 베케트의 1953년 초연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했다. 미국의 배우 겸 극작가 데이브 핸슨이 2013년 뉴욕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의 언더스터디(대역 배우)인 에스터와 밸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에스터와 밸은 의상과 소품으로 가득 찬 허름한 분장실에서 무대에 설 날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이들이 나누는 대사는 삶과 예술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오경택 연출가와 함께 신구·박근형 주연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성공적으로 마친 공연기획사 파크컴퍼니가 오 연출가와 다시 손을 잡았다. 오 연출가는 "부조리극인 '고도를 기다리며'에 쏟아진 많은 관심으로 고전이 가진 강력한 힘을 새삼 느꼈다"며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이라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철학적 메시지를 그대로 담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이라 시리즈물처럼 이어서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스터에 이순재, 곽동연이 캐스팅됐고 밸은 카이와 최민호(샤이니 민호), 박정복이 번갈아 맡는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포스터. 파크컴퍼니 제공

가부장적 억압에 등치시킨 젊은 알바생들

극단 성북동비둘기가 2022년 선보인 신작 '알바의집, 배로나르다'의 쇼케이스 한 장면. 극단 성북동비둘기 제공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여성 서사가 주목받으면서 최근 사랑받는 고전이다.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농가가 배경. 베르나르다 알바는 남편의 8년상을 치르며 다섯 딸에게 절제된 삶을 강요하지만 청년 페페의 등장으로 딸들의 억압된 본능이 깨어난다.

김현탁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성북동비둘기가 9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알바의집, 배로나르다'는 원작의 사랑 이야기 속에 감춰진 노동에 주목해 재구성했다. 누군가의 감시 아래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작업 현장을 되짚는다. 관객은 공연 내내 편의점, 요식업체, 배송업체, 물류업체, 키즈카페 등 동시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아르바이트 공간을 마주한다.

성북동비둘기는 고전을 해체하고 재구성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오래 사랑받은 명작은 어떻게 해체해 재구성해도 묵직한 메시지는 늘 그대로 남는다. 여성이 감금당하다시피 생활한 원작의 배경과 알바생들의 삶이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게 극단의 설명. CJ문화재단의 창작 지원사업 '스테이지업' 지원 선정작이다.


"동시대 관객 공감 위해 끊임없는 변주"

탄탄한 서사와 보편적 가치를 지닌 고전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며 끊임없이 무대에 오른다. 해체와 재구성까지는 아니어도 현대적 각색의 고전 연극은 자주 접할 수 있다. 여성이 햄릿을 연기한 국립극단의 '햄릿', 체호프 원작을 한국 재벌 이야기로 번안한 '벚꽃동산' 등이 최근 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오경택 연출가는 "고전이라고 하면 너무 어렵다거나 동시대 감각에 맞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창작진 입장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재구성 시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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