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피부 부러워요"…K뷰티, 차세대 간판은 '색조'

정혜인 2024. 8. 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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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인기 기초 이어 메이크업 제품 수요 급증
글로벌 시장서 K뷰티 색조 제품 인기…투자 확대
상반기 최대 수출…공장 증설·브랜드 인수 늘어
/그래픽=비즈워치

화장품 기업들이 색조 제품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한국산 색조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치솟고 있어서다. 그간 'K뷰티' 열풍을 이끌어 온 것은 스킨케어(기초 화장품)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색조 제품이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늘어나는 색조 고객사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기업 코스맥스는 최근 '스마트 조색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메이크업 제품 연구 개발과 생산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색상값을 데이터로 변환해 색상의 차이를 수치화 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원이 직접 색상을 만드는 실험을 하지 않아도 새로 설계할 색상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샘플 제조부터 색상 확인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던 메이크업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생산현장의 품질 검증과 조색 확인 과정에도 AI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색조 화장품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AI 기술 접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코스맥스는 올해 초 색조 화장품 전용 신규 공장인 평택 2공장도 정식 가동했다. 이 공장 생산능력은 월 약 1100만개로 연간 약 1억3000만개 이상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주요 공정에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생산 효율을 기존 대비 약 20% 이상 높였다.

코스맥스 R&I센터 연구원들이 조색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 사진=코스맥스

화장품 ODM 기업 한국콜마도 색조 화장품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세종공장의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AI 기술을 적용한 공장으로 기초·색조 화장품을 연간 2억2000만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색조 화장품의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약 80% 늘어날 예정이다.

또 한국콜마는 지난달 25일 세계 최대 색조 원료사 센시언트 뷰티(Sensient Beauty)와 신규 색소 및 원료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센시언트 뷰티가 아직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신규 색소를 한국콜마에 제공하고, 한국콜마는 이 색소를 활용해 시장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개발한다.

한국콜마는 고객사들을 위한 색조 제품 전용 공간인 '컬러 아뜰리에'도 지난달 오픈했다. 컬러 전문가가 화장품 브랜드 기획자가 원하는 색을 구현해주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고객사가 원하는 색상을 컬러 아뜰리에에서 만들고 수정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반영해 한국콜마 색조메이크업 연구소가 샘플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컬러 아뜰리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색을 선택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수출 폭발

화장품 기업들도 메이크업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색조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 프리미엄 색조 브랜드 'hince(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의 지분 75%를 425억원에 인수했다. 힌스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색조 브랜드다.

LG생활건강은 '프레시안', '글린트', 'VDL' 등 자체 색조 브랜드도 지난해부터 일본 온라인 쇼핑몰 큐텐에 입점시키며 해외 색조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프레시안과 글린트는 지난달 일본 큐텐이 진행하는 화장품 행사에서 신제품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이틀간 약 2만여 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한국콜마의 색조 제품 개발 라운지 '컬러 아뜰리에' 전경. / 사진=한국콜마

이외에도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5월 색조 브랜드 '티르티르'에 이어 6월 '라카'를 인수했다. 티르티르는 빨간 달걀 모양 쿠션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라카는 '젠더 뉴트럴(성별 중립)' 콘셉트의 신진 메이크업 브랜드다. 마스크팩 브랜드 '제이엠솔루션'을 운영하는 지피클럽도 올해 색조 ODM 기업 '코디'를 인수했다.

화장품 기업들이 색조 화장품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K뷰티의 성장세를 이끌어온 제품군은 기초 화장품이다. 현재도 기초 화장품이 화장품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전히 성장세도 높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최근 미국, 일본 등 선진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산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출 품목이 색조군으로 다변화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6억97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억4300만달러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기초 화장품(63억9400만달러)과 비교하면 작은 수치지만 성장률은 더 높았다. 지난해 기초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보다 5.2% 성장했다. 반면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16.1%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색조 화장품 수출액은 6억4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0%나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피부가 깨끗하다는 인식이 있어 전통적으로 스킨케어 제품들 위주로 수출해 왔다"며 "최근에는 한국 메이크업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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