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산하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매각 추진... 업계는 ‘외면’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메프가 매각 작업에 나섰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큐텐(Qoo10) 그룹에 인수된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 경영’을 이유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매각 움직임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신뢰가 필수인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이미 신뢰가 무너진 플랫폼은 투자 가치도, 인수할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수천억원의 판매 대금 정산을 못 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위메프는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식은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인수 금액은 500억~1000억원 정도로 책정됐다.
이번 매각 추진안(案)은 티몬·큐텐과는 별개로 진행됐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이날 조선비즈와의 문자를 통해 위메프의 알리·테무 매각 추진과 관련, “위메프의 류화현 대표가 본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큐텐은 큐텐그룹 차원에서 대출(론) 등 이번 사태를 타개할 방안을 (따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선택권을 열어 놓고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위메프가 이 같은 매각 추진 작업에 나선 건 알리·테무의 막강한 자금력과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 등을 맞교환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에서 알리와 테무의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 6월 기준 각각 837만 명, 823만 명이다. 쿠팡에 이어 국내 2·3위다. 위메프는 월간 이용자 수가 432만 명으로 7위에 해당한다.
다만, 알리와 테무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알리 관계자는 “현재 위메프 매각·인수 등에 대한 얘기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는 사안”이라며 “위메프 인수 계획도 전혀 없다. 특히 관련해서 관계자 등도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테무 측은 “관련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인터파크커머스도 매각 작업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티몬·위메프 발(發) 정산·환불 지연 사태 여파로 소비자 환불과 미정산 문제가 발생하자, 큐텐그룹과 분리한 독자 경영 노선을 타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PG사(결제대행업체)가 인터파크커머스의 판매 대금을 묶으면서 발생한 지급 연기된 정산금 규모는 인터파크쇼핑이 35억원, AK몰이 150억원이다.
인터파크커머스의 지분은 큐텐이 100% 보유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 하에 있는 종합 온라인 쇼핑몰인 인터파크쇼핑과 AK몰의 월간 합계 거래액은 1000억원으로, 티몬의 6분의 1, 위메프의 4분의 1 수준이다.
인터파크커머스에 따르면 구 대표를 포함한 큐텐 이사회의 동의 아래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또 독자 경영을 위해 피인수 직후 큐텐테크놀로지로 넘어간 자사 핵심 재무 인력을 재영입하고 회계 시스템도 분리해 운영할 계획이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그룹의 재무를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큐텐그룹 계열 이커머스의 매각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대다수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신뢰도는 이미 무너졌고, 기업(법인)회생을 거쳐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내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금 조달을 통한 차선책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매각·인수설을 띄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본질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오픈마켓 플랫폼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라며 “신뢰가 무너진 플랫폼에 어느 소비자와 판매자가 와서 물건을 사고팔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리 알리가 한국 시장에 맹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미 재무 건전성이 부실한 업체로 알려진 위메프 등을 굳이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고객 신뢰를 잃었고 자본 잠식으로 수익성도 악화한 기업이 갖는 매력적인 인수합병 요인이 전혀 없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현혹하고자 하는 뜬 소문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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