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우려 속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이란·이스라엘 설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이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되며 중동지역 확전 위기감이 치솟은 가운데 이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설전을 벌였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란의 요청으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란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러시아, 중국 등은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을 일제히 비판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암살을 자행했다며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지역 전체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제재 등을 통해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페다 압델하디 나세르 팔레스타인 차석대사도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과 이란에 대한 주권 침해, 가자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규탄했다.
하디 하셈 레바논 차석대사는 “범인은 이스라엘 정부와 그 총리이며, 희생자는 안보리의 휴전 결의”라며 “암살 목표는 재앙적인 전쟁에 이스라엘의 동맹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는 현재 상황이 중동지역에서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푸충 중국 대사도 가자지구 휴전 협상 불발을 긴장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이 전쟁의 불길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번 회의는 세계 1위 테러 후원국인 이란의 요청으로 열렸다”고 비판하며 이란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세력들을 이용해 이스라엘 국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하마스 지도자 암살에 미국 정부가 관여했다는 이란 측 주장을 일축하며 이스라엘의 독자적인 대응이라고 선을 그었다. 로버트 우드 미국 차석대사는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재확인하고 이란에 대한 압력을 높여 달라고 안보리 이사국들에 요청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석방, 인도주의 지원 강화, 레바논 접경 지역 평화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현시점에 베이루트 및 테헤란에서 발생한 공격은 확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당사국들에 ‘최고 수준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회의는 하니예 사망 이후 이란이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이번 달 의장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과 알제리가 이를 지지하면서 소집됐다.
앞서 하니예는 전날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피살됐다. 이란은 암살 배후로 즉각 이스라엘을 지목했으나 이스라엘은 이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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