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페이스’들의 미친 활약, 지도자의 완벽한 용병술, 선수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극한의 훈련까지...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원우영(42·현 대표팀 코치), 오은석(41), 김정환(41·현 KBS 해설위원),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한국 펜싱 역사상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펜싱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5~2016시즌부터 김정환, 구본길 기존 멤버에 김준호(30·은퇴),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이 새로 합류하면서 한국 사브르는 전성기를 누렸다.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어펜져스 4인방이 함께 나서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할 것으로 보였지만, 김준호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맏형’ 김정환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어펜져스는 해체되고 말았다.
두 선수의 자리를 대신한 선수들은 2012 런던에서 금메달을 보고 펜싱에 입문한 ‘런던 키즈’인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 두 선수가 기량 자체는 뛰어나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적어 이번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3연패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한국 사브르의 ‘세대교체’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아니 박상원과 도경동이 있었기에 올림픽 3연패 단체전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헝가리와의 결승은 박상원과 도경동의 맹활약 덕분에 45-41로 이겼다.
도경동은 “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이 최종 목표였는데, 이룰 수 있어 꿈만 같다. 개인적 기쁨도 있지만, 한국 펜싱의 새 역사를 함꼐 해 기쁘다. (오)상욱이형의 2관왕 달성을 축하해줬다. 우리는 지금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에이스를 치켜세웠다.
이를 들은 오상욱은 “아직 내 시대는 아니다. 우리는 그저 ‘어펜져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딱 잘랐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상욱은 금메달을 확정짓는 포인트를 내긴 했지만, 마지막 9바우트에서 실라지에게 5-8로 밀리는 등 결승에서 15점을 내는 동안 19점을 내줬다. 그는 “단체전에서 수월하게 끝냈다면 30분 정도는 자만할 수 있었겠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2012 런던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원우영 코치와 선수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용병술과 과감한 결단도 3연패의 ‘숨은 공헌’이다. 원래 8바우트에 투입이 예정되어 있던 도경동을 7바우트에 올린 것도 원 코치의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원 코치의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선수 때보다 코치로 딴 금메달이 훨씬 기쁘다”던 원 코치는 “(도)경동이 나갈 때 손가락질을 하며 본인을 믿으라고 하더라. 그걸 보고 ‘오케이, 됐다’ 싶었는데, 나가서 5-0을 해낼 때 소름이 돋았다. 미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새로 등장한 뉴페이스들의 미친 활약과 선수들 간의 원활한 소통, 극한의 상황까지 계산해 훈련하는 치밀함까지. 이래저래 사브르 대표팀의 단체전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다.
파리=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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